현대자동차가 벤츠 BMW 등 유럽 고급차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로 제 2 도약을 선언했다. 고급 세단을 만들어 그동안 대중적인 차량 제조업체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 시장에서 벤츠 BMW 렉서스 등과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정의선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피터 슈라이어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을 선언했다. 현대차가 창사 이래 48년 동안 복수의 브랜드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10년간 준비해온 기술과 역량이 집약된 세단이 다음달에 나온다”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신기원을 알리는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 이름은 성능과 디자인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통해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아 ‘기원, 창세기’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선택했다.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안전ㆍ편의ㆍ연결성을 강화해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을 탑재하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속성을 바탕으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 할 방침이다.
어떤 차들이 나오나
현대차는 우선 대형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 ‘G80’, 다음달 출시 예정인 초대형 세단 ‘G90’(기존 에쿠스)에 4종을 추가해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2020년까지 6종 내놓을 계획이다. 새로 개발되는 모델은 중형 세단 ‘G70’, 중형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츠형 쿠페 등이다. 중형 세단은 다른 모델들과 동일하게 후륜 구동을 적용해 2017년 하반기에 내놓고 나머지 모델들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선을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되는 차량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알파벳 ‘G’와 차급 등을 고려한 숫자를 조합해 명칭이 결정된다. 다만 다음달 출시하는 에쿠스의 후속모델만 쿠스의 위상을 잇기 위해 ‘EQ900’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현대차는 아울러 제네시스 브랜드를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이들 6종 외에 고성능, 친환경 등 파생 모델도 중장기 과제로 개발할 방침이다.
BMW 알버트 부사장, 벤틀리 디자이너 동커볼케 등 글로벌 기술력 확보
현대차는 2004년 1세대 제네시스를 개발하면서 2008년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 맞춰 2006년 국내와 북미에서 전담팀을 구성했고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를 통해 사장 조사와 수익성을 분석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급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출범이 연기됐다. 오히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이를 기회로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됐다.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ㆍ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BMW 출신의 알버트 부사장을 영입해 기술력을 강화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도 내년 초 제네시스에 합류한다. 동커볼케는 푸조, 아우디, 스코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거치며 소형차부터 슈퍼카까지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쌓았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ㆍ가야르도, 벤틀리 플라잉스퍼ㆍ벤테이가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다행이 요즘 고급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시장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HIS와 현대차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감소했던 고급차 판매량은 2010~2014년 연평균 판매 증가율 10.5%를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 증가율(6.0%)를 크게 웃돌았다. 토요타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2.5% 신장에 그쳤지만 렉서스는 9.0%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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