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찬반 투표가 11, 12일 경북 영덕군 2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투표를 일주일 앞둔 영덕은 투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지역 갈등이 극에 달했고, 향후 봉합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4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시외버스터미널 옆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의 대화는 영덕의 두 동강 난 민심을 극명히 보여준다.
60대 택시기사는 “한때 12만명이 넘던 영덕 인구가 4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며 “주민들이 찬성하고 군의회가 동의해 추진한 원전 유치를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50대 동료기사는 “원전이 들어오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결국 식당과 술집들이 한시적으로 호황을 누릴 뿐”이라며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옆에 두느니 없는 편이 좋다”고 반박했다.
주민투표를 일주일 앞둔 영덕일대는 자극적인 문구로 가득찬 수천 개의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다. ‘법적 효력없는 탈법투표 참여하면 안된다’, ‘전기는 남아돈다. 핵발전소 웬말이냐’는 현수막은 점잖은 편이다. ‘영덕발전 가로막는 도ㆍ군의원과 불순세력 사퇴하라’는 색깔공세에다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문구, ‘안전시공 책임진다’는 건설사들의 현수막도 가세했다.
투표를 실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군민이 많으면 이미 짓기로 확정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투표 찬성자측의 논리다. 반면 이미 결정된 사안을 굳이 투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원전 찬반 진영은 여론몰이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는 영덕군민의 주권행사”라며 “국책사업을 일방적인 밀어 부치기 식으로 추진하는 정부와 한수원을 주민투표로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원전건설찬성 22개 단체도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위법인 사이비 주민투표는 고향발전을 막는 행위”라며 “투표를 추진하는 측은 주민투표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법적 효력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반박했다.
찬반 주민투표 후 주민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표가 우세해도 법적 효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낮은 투표율 속에 반대표가 우세할 경우에도 갈등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찬성표가 우세하더라도 원전 반대 측에서 이를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위원회는 11,12일 오전 6시∼오후 8시 영덕읍 4곳, 강구면 3곳, 영해면 2곳 등 총 20개 투표소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영덕에 150만㎾급 원전 2기를 2026년과 2027년에 준공하겠다며 원전건설을 공식화했다.
영덕=글ㆍ사진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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