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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SEOUL.U’는 미완성이다

입력
2015.11.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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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울 브랜드가 발표되자마자 전국이 떠들썩하다. 이 브랜드 개발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브랜드라는 것이 만들어가는 것인데 시작부터 맞다 틀리다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 논의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울 브랜드는 ‘3세대 개방형 도시 브랜드’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것이었다. 시작부터 혁신적인 방식으로 가기를 고집하여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1세대 도시 브랜드는 휘장을 의미한다. 2세대 도시 브랜드는 수식어를 중심으로 언어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슬로건형 브랜드다. ‘Hi SEOUL’ ‘Yes Tokyo’ 같이 주로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3세대 도시 브랜드는 도시명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시스템을 추구한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례가 없다. 굳이 사례를 들자면 ‘I Amsterdam’ ‘be Berlin’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들도 완벽한 3세대 도시 브랜드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개발과정에 시민의 참여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문 형태의 언어 형식을 가지며, 도시명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디자인 또한 다양한 변형 형태가 가능한 가변형 디자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나아가 시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기준 준수 사용 가이드를 제공하여 도시 브랜드의 자연스런 확산을 추구한다.

서울 브랜드는 ‘3세대 개방형 도시 브랜드 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하기에 구체적인 의미를 표현하지 않는다. 현재의 이해하기 어렵다의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도시는 하나가 아니다. 특히 서울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해석은 시민의 몫이다.

두 번째,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참여형 브랜드이다. 단순 참여가 아닌 시민이 브랜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개발 과정 전체가 새롭게 기획되었다. 이번 브랜드 개발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욱 중점을 두었다. 1만 6,147건의 공모안 접수, 13만여 명의 사전투표 참여 등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참여율이었다.

세 번째, 가변형 디자인 시스템을 추구한다.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서 과거와 같이 한번 정해진 브랜드를 계속 노출하는 방식으로는 금방 식상해지고 브랜드에 생동감을 부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I.SEOUL.U’는 기본안이고 다양한 적용안이 나오고 타깃 별로, 상황 별로 여러 모습의 서울을 보여 줄 것이다.

네 번째, 최소 기준 준수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도시 브랜드는 시민들이 사용하고자 할 때 제약이 많았다.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는 박물관에 있는 유물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브랜드는 잘 퍼져나가지 않고 선호도도 잘 올라가지 않게 된다. 시민들이 최소 규정만 준수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마도 수백, 수천 가지의 서울브랜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I.SEOUL.U’는 이렇게 ‘3세대 개방형 도시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선택된 후보안들 중에서 13만여 명의 사전투표와 1,140명의 현장시민심사단, 9명의 전문가 심사단에 의해 58.2%의 지지를 받고 선정되었다. 론칭 후 ‘I.SEOUL.U’는 이미 3세대 개방형 도시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숱한 논란 속에서 수많은 패러디들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에 의해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서울이 표현되고 있다. 전문가들보다 시민이 먼저 새로운 서울 브랜드를 알아봐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개발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면서 이 브랜드를 함께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박항기 서울브랜드개발 총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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