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이념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출처 불명의 괴담과 유언비어가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정국 속에서 각종 음해성 소문들로 국론 분열을 경험한 한국 사회가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또다시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원강사인 심모(38)씨는 6일 SNS상에 떠도는 글을 전달 받고 두 눈을 의심했다. 문자에는 ‘돌아온 양심 백기완’이라는 제목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이 가득했다. “박정희는 우리 같은 사람 3만명을 못살게 했지만 보통 서민 3,000만명은 등 따시고 배부르게 했다”거나 “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좌파들에 부화뇌동하는 젊은이들아, 후회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라”등 진보진영을 맹비난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최근 국정교과서 문제에 반대 의사를 적극 피력해 왔다.
직장인 안모(39)씨도 사설정보지(찌라시)에나 나올 법한 글을 읽고 말문이 막혔다. 백 소장과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낸 소설가 조정래씨가 쓴 것처럼 가장된 내용이 극우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에 버젓이 올라온 것이다. ‘조정래<소설가>’로 시작되는 해당 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 7가지가 담겨 있었다. “품행이 반듯하다” “지조가 높다”는 등의 이유가 조씨의 이름으로 작성돼 있었다. 안씨는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근거 없는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누군가 고의로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괴담과 유언비어가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정화 논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될 정도로 여론에 미치는 폭발력이 크다 보니 지지층을 옹호하고 반대 세력을 음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 전선이 뚜렷해질수록 음모론이 난립할 우려도 크다는 분석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의 논리가 빈약할 경우 대안을 원하는 심리로 인해 음해성 정보가 판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찌감치 각종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경찰청은 이날 “건전한 의견개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SNS와 전단지 등 온ㆍ오프라인을 통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