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는 가장 먼저 빈소로 달려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의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8일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재오 의원 등 계파를 초월한 정계 인사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국회법 파동’에서 사실상 유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찍어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까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이날 빈소에는 의외로 친박계 의원들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거부권 정국을 거치면서 유 의원과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음에도 친박계 중진인 서상기 의원과 강은희 의원이 가장 먼저 빈소에 도착했고 친박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빈소가 차려진 직후인 낮 12시 30분쯤 정부 측 인사로는 가장 먼저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유 의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 뒤 금방 자리를 떴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아 유 의원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서 최고위원은 “부친(유수호 전 의원)과 13, 14대 의원을 같이 한 인연이 있다. 85세이면 더 오래 사셔도 되는데 안타깝다”며 애도했다.
비박계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접견실에서 유 의원을 따로 만나 고인의 일생을 회고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에서는 직접 조문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화를 보내긴 했지만 박 대통령 명의의 조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상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부친상과, 황진하 사무총장 모친상에는 조화를 보냈던 사실과 함께 “박 대통령이 아직 감정을 풀지 않았다”는 뒷얘기가 회자됐다. 정의화 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가 보낸 근조 화환이 빈소 안을 차지한 반면 이 실장이 보낸 조화는 박원순 서울시장 및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보낸 근조 화환과 함께 빈소 앞에 위치한 점도 화제에 올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다”며 “그런 경우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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