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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늘린 광역버스... 승객들은 ‘이코노미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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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늘린 광역버스... 승객들은 ‘이코노미 증후군’

입력
2015.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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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운중동에 사는 이모(46)씨는 몇 달 전부터 출근 버스의 신ㆍ구형을 구분하는 버릇이 생겼다. 신형 버스를 타면 좁아터진 자리에 앉아 서울 도심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끔 양계장의 닭이 된 듯한 느낌에 스스로 처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를 잇는 직행좌석형버스(빨간버스) 노선에 최근 투입된 신형 버스들이 무리하게 좌석을 늘리면서 승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객기의 좁은 이코노미좌석에 장시간 앉아 생기는 요통, 발 통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인 ‘이코노미 증후군’을 출근길마다 경험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가운데 도 소속 업체들이 운행하는 G버스는 총 2,115대로, 버스들은 각각 39ㆍ41ㆍ45ㆍ49인승으로 구분된다. 이중 승객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버스는 45인승(385대)과 49인승(108대)으로 총 493대다.

45인승은 기존 39인승 버스의 중문(하차문)을 폐쇄해 생긴 공간에 좌석을 확충했으며, 49인승은 운송업체들이 버스 제작 업체를 통해 신규 구매한 것들이다. 이 버스들은 세월호 참사 후 안전 확보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고속도로 입석 운행 금지에 나서자 같은 해 연말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노선은 G버스 전체 노선 159개 가운데 고속도로 경유노선인 136개에 이른다.

문제는 수송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45ㆍ49인승 버스가 일반 남성들도 불편하게 앉아야 할 만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릎을 억지로 구겨 넣어 앞 좌석에 붙여야 하고, 좌석 등받이를 뒤로 조금이나마 젖혔다가는 뒷사람으로부터 항의 받기 일쑤다.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최모(50)씨는 “올해 버스요금이 2,000원에서 400원 올랐는데, 자리는 좁아지고 하차문을 없애니 정차시간이 늘어 정류장 주변 혼잡은 더 심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경기도는 증차가 ‘정답’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수송 능력 증가라는 차선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또 국토부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좌석 간격을 65㎝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나름대로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증차가 협의과정에서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며 “향후 49인승 버스를 신규 구입하는 계획은 전적으로 운송업체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승객 불만이 접수되는 만큼 도가 나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80cm 전후의 남성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조치는 인권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버스좌석은 아니지만 여객기 이코노미 좌석에 대한 문제는 최근 미국 등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미 경제주간 ‘포춘’(2015년 9월)에 따르면 미국 항공여행객 단체인 ‘플라이어스라이트’는 최근 3만명의 서명을 받아 여객기의 이코노미클래스 레그룸(좌석 앞뒤 간격) 축소에 대한 정부의 규격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객기들의 이코노미 클래스 레그룸은 1970년대 평균 약88.9㎝에서 최근 평균 약 78.7㎝로 줄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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