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 ‘EQ900’을 10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외관 렌더링 이미지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당초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의 후속 모델로 개발된 EQ900은 지난 4일 제네시스가 출범하며 새 브랜드의 첫 번째 신차가 됐다. 차명에서 ‘에쿠스’도 떨어져 나갔다. 중책을 맡은 신차인 만큼 현대차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AD)과 스마트 자세제어 시트, 측면 추돌 방지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력을 모두 쏟아냈다.
2세대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짬뽕’ 같은 외관
EQ900은 ▦람다 3.8 V6 엔진 ▦람다 3.3 V6 터보 엔진 ▦타우 5.0 V8 엔진을 얹은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는 후륜 구동 세단이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대형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된 전면부는 2세대 제네시스와 흡사했다. 다만 제네시스보다는 보닛의 볼륨감이 보다 풍성했고, 후면으로 이어지는 옆 라인은 다소 뚱뚱하게 느껴지는 에쿠스보다 날씬하게 빠지며 역동성이 높아졌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후면에는 길고 날렵한 리어콤비 램프가 적용돼 에쿠스 후면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전체적으로는 EQ900은 “현대차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2세대 제네시스의 전면부와 옆 라인을 계승한 느낌이다.
EQ900은 2세대 제네시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2세대 제네시스는 올해 1~9월 미국에서만 1만9,146대 팔리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럭셔리 차급 3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최첨단 기술의 집결체
EQ900에는 일반 강판 대비 무게가 10% 이상 가볍지만 강도는 2배 강한 초고장력 강판이 이전 에쿠스 대비 3.2배 증가한 51.7% 사용됐다. 경쟁 수입차는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이 27% 정도로 알려졌다.
결합력이 강한 구조용 접착제 사용량도 2.3배 늘어나 외부 충격에 의한 차체 비틀림과 굽힘 등에 대한 강성이 최대 181% 향상됐다.
국산차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전 단계인 HAD 시스템도 장착됐다. 톨게이트나 인터체인지(IC)에 진입해 자동 해제될 때까지 핸들이나 가속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며 스스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다만 국내 교통 법규상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라 현재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뒤 3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HAD 시스템이 해제된다.
기존 후측방 경보 시스템을 개선한 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도 국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추돌 가능성이 커지면 변경하려던 차선 반대편의 앞뒤 바퀴 2개가 자동으로 제동해 추돌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고속 주행 성능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모두 잡기 위해 신개념 서스펜션 ‘HVCS’도 적용됐다. 내부 유압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내장형 밸브를 사용,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조종 안정성을 높였다.
2세대 제네시스에 적용돼 호평을 받은 현대차의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시스템 '에이치트랙(H-TRAC)’도 탑재돼 눈길이나 악천후 운전 시에도 주행 성능을 유지한다.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같은 최고급 세단을 겨냥한 EQ900는 내부도 럭셔리하다.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인 세미 에닐린 가죽을 이탈리아 가죽 가공 브랜드 파수비오사와 함께 개발했고, 우드트림도 통나무를 깎아 만든 리얼 우드다. 스트어링 휠에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그립감을 제공하는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가죽이 쓰였다.
현대차가 인간 공학적 설계와 다양한 첨단 시트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모던 에르고 시트(Modern ERGO Seat)’가 사용됐고, 운전석에는 서울대 의대 임상실험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운전자가 본인의 신장과 몸무게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현재 자세 및 허리 건강정보를 분석해 추천 시트 위치를 자동으로 설정한다.
뒷좌석의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는 여객기 일등석처럼 편안히 누울 수 있다. 어깨부 경사와 헤드레스트 전후 조절 등 18개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이밖에 외부 소음을 막기 위해 도어 부분은 3중 실링 웨더스트립 구조로 제작됐고, 뒷면 유리에도 국산차 최초로 차음 글래스가 사용됐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은 “4년 여간 1,200여명의 연구원이 EQ900 개발을 전담했다”며 “고객 가치 중심적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아닌 내면의 만족을 채워주고자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뉴 프레스티지”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