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이 어느 한 관점을 딱! 뽑아서 이게 올바른 관점이래…어이가 없네.”
1인 미디어 ‘쥐픽쳐스(G pictures)’의 국범근(18)씨가 영화 ‘베테랑’의 유명 대사를 패러디 해 만든 국정교과서 반대 동영상 속 대사다. 유튜브 구독자만 1만2,841명인 국씨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43초 분량의 이 영상은 ‘좋아요’가 4만2,000개를 넘었고 공유는 2,480회에 달한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신세대들의 유쾌한 저항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학가 이색 대자보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웹툰, 패러디 영상으로 번져나가는 중이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방식에 국정교과서에 무심했던 이들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패러디에는 교육부의 온라인 홍보자료가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2학년 고준우(20)씨는 교육부가 올린 홍보 웹툰의 그림과 흐름은 그대로 유지한 채 말풍선 속 대사만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내용으로 절묘하게 바꿨다. 현재 고씨의 웹툰은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 나가고 있으며 각종 커뮤니티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교과서 반대 운동 참여를 촉구하는 방식에도 재미를 첨가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릴레이가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온라인을 강타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방식이 비슷하다. 종이에 ‘#save_history 국정교과서 불복종선언’이라고 기입한 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을 적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식이다. 올릴 때는 해시태그를 기입하고 릴레이에 참여할 지인 3명을 지목하게 해 참여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저항 운동의 재기발랄한 방식에 젊은 층은 열광한다. 연세대 4학년 이모(27)씨는 “건조하게 국정교과서 관련 보도를 접하는 것과 달리 통쾌한 느낌이 강해 재미있는 자료는 친구들과 공유해서 본다”며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교내와 신촌 등지에서 진행 중인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중 3학년 한민규(16)군은 “뉴스는 잘 챙겨 보지 않는데 익숙한 콘텐츠로 접하니까 쉽고 이해가 빠르다”며 “국정교과서 관련 내용도 더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세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중에게 즉각적으로 문제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단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공론의 장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