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초 1억위안, 1분12초 10억위안, 12분28초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 돌파”
11일 0시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수영 경기장 수이리팡(水立方). 전면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 인터넷 쇼핑몰 톈마오(天猫ㆍTmall.com)의 매출액이 빠르게 치솟자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 세웠다. 알리바바 직원들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72초만에 10억위안을 넘은 것은 2013년 6분, 2014년 2분이 걸린 것과 비교할 때 놀라운 기록이다. 100억위안 돌파 시간도 지난해의 37분에서 크게 당겨졌다. 특히 스마트폰 등으로 주문한 무선 거래액이 전체의 75%나 됐다. 이날 하루 톈마오의 총 매출액은 지난해(571억위안)보다 50% 늘어난 870억위안(15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인은 이날 밤을 새며 인터넷 상에서 대폭 할인 판매되는 물건들을 주문하는 광군제(光棍節) 행사에 열광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올해 광군제 행사로 인한 택배 운송량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증가한 7억6,000만건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중국인 2명 중 1명이 물건을 주문한 꼴이다.
중국에서 광군제가 명절과 비교될 정도의 큰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데엔 인터넷 전자 상거래와 소비를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다. 중국은 그 동안 투자와 수출이 견인해 온 경제 성장을 내수와 소비 위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도 인터넷과 서비스업 등 3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 광군제는 이러한 방향에 딱 맞는다. 지난해까지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알리바바 본사에 설치됐던 광군제 매출액 전광판이 올해는 베이징 한 복판의 국가 시설에 설치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알리바바는 올해 행사에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날 수이리팡에선 전 세계의 기자 500여명이 취재를 벌였다.
그러나 준비 부족과 악덕 상술에 소비자 불만도 높았다. 1위안(약 180원)의 가격표가 붙은 운동화가 10초 만에 동나는 등 파격적 저가의 미끼 상품들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때 톈마오의 동시 접속자는 무려 4,500만명이나 됐다. 결제도 원활하지 못했다. 즈푸바오(支付寶ㆍ알리페이)는 작년보다 2.2배 많은 초당 8만6,000건의 거래를 처리해야 했다. ‘멍썬싼제’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인터넷이 먹통이 돼 도저히 살래야 살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스이거하오’도 “즈푸바오 계좌에 미리 1만위안(약 180만원)을 넣어 둔 뒤 0시가 되자 마자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상품들을 결재하려 했지만 ‘거래 실패’ 메시지만 계속 떴다”며 “1시간이나 이 모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리 가격을 올린 뒤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속이는 ‘가격 사기’와 과장 광고, 위조 상품들도 여전했다. 중국 국가공상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구매 정품율은 58.7%에 불과했다. 10개 중 4개는 가짜란 얘기다. 주문량 폭증에 택배 지연 등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궈(郭)모(32ㆍ여)씨는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상 가격보단 제 때 배달되는 지가 더 중요한 구매 기준”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광군제(光棍節) 란
‘광군’이란 원래 몽둥이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미혼 남성으로 그 뜻이 확장됐다. 여기에 명절이란 뜻의 ‘제’를 붙인 것. 11월11일이 광군제가 된 것은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009년 ‘쌍(雙)11’로도 불리는 광군제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며 파격적인 할인 판매를 시작하며 지금과 같은 중국 최대 할인행사로 변모시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