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나머지 선원 14명도 유기치사 혐의 등이 적용돼 징역 1년6월~12년 형이 선고됐다. 이로써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참사 1년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선장은 승객퇴선 조치도 없이 먼저 퇴선했고, 이후 해경에 선내 상황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승객 안전에 철저히 무관심했다”며 “이는 자신의 부작위로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용인한 것인 만큼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형 인명사고에서 구조 의무가 있는 자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최초 판결로, 앞으로 구조 담당자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에 인명 중시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엄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로써 직접 관련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절차는 끝났으나 진실규명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올초 4ㆍ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지만 아직 본격활동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 활동기간과 예산을 놓고 정부 여당, 야당 특조위 간 입장 차가 큰 탓이다. 정부 여당은 활동기간을 1년6개월로 정한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 활동기한을 내년 6월로 보고 있다. 반면 야당과 특조위는 ‘특조위 구성을 마친 날’부터 시작한다고 특별법이 규정한 만큼 활동기간은 조직 구성이 완료된 8월부터 내년 말까지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특조위 예산으로 요구액의 31% 수준인 61억7,000만원만 배정했다. 조사활동의 핵심역할을 할 진상규명국 예산은 6억7,300만원으로 요구액의 9% 수준이다. 또, 예정대로라면 세월호는 내년 7월쯤 인양되는데 정부 주장대로 내년 6월을 활동 종료일로 하면 특조위는 선박 조사도 해보지 못한 채 활동을 접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특조위 출범지연 책임의 대부분은 정부에 있다. 특조위의 구성과 운영방식 등을 정부주도로 하려다 갈등이 빚어지는 바람에 특별법 시행령 공포가 늦어졌고, 예비비 배정이 몇 달씩 지연됨으로써 특조위의 정상적 활동 착수도 늦어졌다. 그러고도 특조위가 충분히 활동할만한 시간과 예산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려 드니, 여러모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특조위 활동을 전폭적으로 보장하고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국가시스템의 부실이 초래한 참사를 조사하면서, 이 조사조차 부실하게 이뤄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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