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서 본 신의주 농촌 풍경… 이성계 회군 위화도엔 北 군인
맞은편 단둥은 고층빌딩 빼곡 北ㆍ中 무역 80% 차지 관문 역할
교역확대 디딤돌 신압록강대교 北 연결도로 미비로 1년 방치
선착장 공사 등 변화 조짐도 “다리 뚫리면 베이징~신의주 쾌속”
압록강 하류의 중국 항구도시 단둥(丹東). 여기서 강을 건너 신의주를 거치면 곧바로 평양까지 갈 수 있어 북ㆍ중 교역의 상징과도 같다. 양국 무역의 80% 정도가 단둥항과 세관을 통해 이뤄져 ‘북한 변수’에 가장 민감한 도시이기도 하다. 북한 노동자 3만 여명이 머물고 있고 북한 주재원과 정보원 수천 명이 상주하는 사실만으로도 북ㆍ중 관계에서 이 도시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성장 둔화에 북한 움직임 주시
지난달 29일 압록강 하류에서 바라본 북한 땅 신의주. 강변의 넓은 벌판 너머에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조용한 소도시 분위기를 풍긴다. 이성계의 회군으로 유명한 위화도에는 북한 군인들이 사는 낡은 건물들만 띄엄띄엄 보였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와 자전거를 탄 주민, 콩을 수확하는 농민들. 총을 든 군인만 없었다면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그 건너편에 있는 단둥은 화려했다. 압록강 하류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섬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중국 땅인 단둥의 월량도는 고급주택 수십 채와 호텔, 광장 등이 들어서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지난 9월1일 개통한 고속철도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이 항구도시의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 이곳 주민은 “1년 전만 해도 월량도는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는데”라며 “집값이 5년 전보다 2, 3배 뛰었다”고 했다. 강변도로를 따라 늘어선 신시가지에는 수년 전부터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의 큰 손들이 앞다퉈 투자하면서 주상복합건물과 쇼핑센터, 온천시설,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정부기관도 이주하는 등 투자 붐이 일었다.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북ㆍ중 양국의 발전 전략만큼이나 대비된다. 그래서 두 도시, 특히 성장에 가속을 붙이려는 단둥의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상징적인 건축물이 압록강의 랜드마크가 될 길이 3㎞,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다. 북ㆍ중 교역 확대의 디딤돌로 지난해 10월 완공됐지만 신의주 쪽 연결도로 미비로 1년이 넘게 개통되지 않아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따른 북한 특수를 노리고 들어선 아파트에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고, 상가 매출도 신통치 않았다.
신압록강대교에서 하류 쪽으로 1㎞ 내려가면 나오는 양국 공동 개발예정지인 북한 섬 황금평. 국경을 구분 짓는 철조망 건너에 북ㆍ중 공동관리사무소가 건설되고 있었지만 드넓은 황토색 평야와 볏단만이 보여 황금평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단둥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교민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늦춰지고 황금평 개발이 지지부진해지자 투자열기가 점차 식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까지 10년 동안 최대 16%에 달했던 단둥의 성장률은 최근 들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그러니 중국이 안달할 만하다.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전액을 투자한 중국은 북한 쪽 진입로 미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 건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교각의 중국 쪽 도로는 이미 다롄 선양 순환고속도로와 연결돼 베이징까지 이어진다. 대교 개통만 되면 베이징에서 신의주까지 쾌속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선착장 건설 北 변화 감지
물론 더디지만 북한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곳은 구압록강대교 북한 쪽에서 진행되는 유람선 선착장 마무리공사. 중국인들이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로 건너와 무관세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게 골자다. 북한은 이를 위해 1박2일이나 2박3일 동안 중국인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선착장 부근에 숙박시설이나 식당, 특산품 판매점도 짓고 있다고 한다. 단둥에 10년 이상 거주한 교민이 신의주 쪽을 가리키며 하는 말도 그렇다. “저기 고층건물 2개랑 놀이시설, 선착장 보이죠. 1, 2년 전만 해도 흙으로 덮여있던 곳입니다. 전기가 부족해 밤만 되면 까맣게 변했는데 이젠 불빛도 제법 보입니다. 미세하지만 변화가 느껴지네요.”
하지만 친중(親中)파인 장성택 처형 후 무역기반이 와해된 중국업체들이나 우리 정부의 5ㆍ24 조치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할 수 없게 된 현지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힘들어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협력 의지를 드러냈지만 당장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단둥ㆍ선양=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ㆍ끝>열리지 않은 희망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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