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노동자, 농민 등이 집결하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각종 이슈들이 점화된 상태에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서울 도심에 최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과 주최 측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화문 일대에만 대회 참가자 8만명(경찰추산), 경찰력 2만명을 합해 최소 10만명 이상이 모여 대치할 예상이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12일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준법 시위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불법ㆍ폭력 집회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경찰은 집회 당일 최상위 경계태세인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전국 250여개 부대 2만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참가자들의 질서 유지와 준법시위를 유도할 방침이다.
강 청장은 “14일 민중대회는 이미 주최 측에서 올해 최대 규모로 개최하겠다고 예고해 경찰로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집회가 안정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도로도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14일 오후1시부터 서울광장과 태평로, 서울역광장, 마로니에공원 등 서울 도심 5개소에서 노동자와 농민, 빈민, 재야ㆍ청년학생 등이 주관하는 부문별 대회가 열린다. 최대 10만명(주최측 추산)으로 예상되는 참석자들은 각 집회를 마친 후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일단 참가 인원이 많은 만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최대한 집회ㆍ시위의 공간을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강 청장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토대로 집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서울청장도 “차벽을 일괄적으로 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곳에만 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최 측이 청와대 진출 계획을 강행할 뜻을 밝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 당시에도 청와대로 향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 간 대치 끝에 대규모 폭력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서형석 민주노총 서울본부본부장은 “그 동안 경찰이 차벽을 동원해 통행을 막고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뿌리는 등 불법적인 집회 통제를 해왔다”며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막더라도 청와대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도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성향 분석까지 마치고 불법 시위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강 청장은 “53개의 집회 참여 단체 가운데 19개 단체가 통합진보당 해산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과격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거리 행진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불법시위 핵심 주동자 및 극렬 행위자에 대해서는 집회 후 전담 수사본부를 발족해 끝까지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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