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發) 도핑 스캔들에 케냐 육상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13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케냐 육상계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킵 케이노(75) 케냐 체육회 의장은 “케냐가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육상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WADA는 최근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 여자 800m 챔피언 마리야 샤비노바(30)를 비롯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금지약물 사례를 적발, 리우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을 권고했다. 특히 금지약물 복용 과정에서 러시아반도핑기구 소속 의사와 직원, 육상연맹 코치,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등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WADA가 케냐 육상을 주목한다는 소식에 케냐육상경기연맹은 일단 도핑을 부인하고 있다. 아이작 음왕기 케냐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케냐 육상이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권하고 도핑 테스트를 돕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세계 육상 최강국 중 하나이며 그만큼 많은 선수가 도핑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양성 반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간 도핑 반응에서 케냐 육상 선수들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여자 400m 조이스 자카리(29)와 여자 400m 허들 코키 마눈가(24) 모두 케냐 선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8월 최근 2년간 케냐 육상 선수 40여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고 보도한 바 있고, 2013년과 2014년 보스턴 마라톤과 시카고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케냐의 ‘마라톤 여제’ 리타 젭투(33)도 도핑 양성반응으로 상금과 메달을 반납하기도 했다.
그간 WADA는 도핑 위험지대로 꼽히는 케냐에 지속적으로 반도핑기구 설립을 요청하고 있고, 케냐 육상협회도 지난 1월 자국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케냐의 반도핑기구는 사무실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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