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상 최악의 테러로 전세계에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01년 미국 뉴욕 9ㆍ11 테러 이후 또 한번 세계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발생 직후 “시리아 폭격을 자행한 프랑스에 대한 응징”이라며 배후를 자처하면서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IS 격퇴에 공조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안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각국은 우선 15, 16일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IS에 대한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는 20일에는 유럽연합(EU)이 각국 내무·법무장관 특별회의를 개최하고 테러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긴급안보회의 이후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날 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IS를 지목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프랑스 내) 공모와 함께 IS에 의해 외국에서 계획되고 조직된 전쟁행위”라며 “우리가 전세계에서 수호해온 가치, 자유국가로서 우리의 존재에 대한 테러범들의 군대, IS 단체, 지하디스트에 의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프랑스는 IS의 야만인들에게 자비롭지 않다”며 “나라 안팎에서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 IS에 대한 강력한 응징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IS는 이날 공식 선전매체를 통해 발표한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에서 “8명의 형제가 자살폭탄 벨트와 자동소총으로 ‘십자군’ 프랑스 수도의 여러 곳을 공격했다”며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 IS는 “(프랑스는) 무슬림을 공격하고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하는데 앞장섰다”며 프랑스의 시리아 폭격과 무하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잡지인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등이 테러 동기임을 내비쳤다.
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로 드러나면서 전세계 국가들의 안보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IS는 그간 홍보영상 등을 통해 파리와 함께 워싱턴, 런던, 로마 등 서구 주요 도시를 겨냥한 테러를 여러 차례 예고해왔다. 이번 파리 테러는 IS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파리 도심 한가운데로 AK-47 자동소총과 폭약장치가 설치된 조끼를 입은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켜 사람이 많은 공연장과 올랑드 대통령이 참관한 축구경기장 등을 노릴 만큼 IS가 과감한 작전능력과 정보력, 인적 네트워크 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테러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IS는 이날 성명에서 “프랑스와 이들을 추종하는 자들은 IS의 표적으로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번 공격은 폭풍의 시작”이라며 추가 테러를 벌일 뜻을 내비쳤다. IS는 최근에도 22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와 터키 앙카라에서 102명을 숨지게 한 자살폭탄 테러 등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IS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러시아는 이날 당장 테러경보를 발령하고 당분간 자국민의 프랑스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지난 9월부터 시리아 내 IS 거점기지를 공습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긴급 안보위원회를 열어 프랑스 접경지역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변 안전을 위해 700명의 군인을 추가로 로마에 배치했다. 이밖에 네덜란드는 프랑스 전역을 오가는 항공편과 열차편 등 모든 교통수단에 대해 철저한 검색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국가정상들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 16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별도로 IS 대응책을 논의했다. EU 국가 정상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는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모든 필요한 조치와 가차없는 단호한 의지로 이번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