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건설의 1,000억원대 정부 발주공사 담합행위를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다가 조달청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고 나서야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 3월에도 별건의 담합사건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후에야 떠밀려 SK건설을 고발한 바 있어, SK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공정위가 지난 2일 포항 영일만항 남방파제 공사입찰에서 다른 건설업체들과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SK건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SK건설이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2개사와 함께 조달청이 2010년 12월 공고한 ‘포항영일만항 남방파제(1단계 1공구) 축조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경쟁을 회피할 목적으로 입찰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후 낙찰 받은 혐의로 고발했다. 3개사 관계자들은 2011년 4월 입찰일 3, 4일 전 서울 종로구 모처의 찻집에 모여 추첨 방식을 통해 각 사의 입찰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185억여원을 적은 SK건설은 비슷한 가격대를 써 낸 다른 기업들보다 설계 점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이들 3개 업체에 총 49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애초 공정위는 담합으로 낙찰을 받은 SK건설을 무슨 이유에선지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김상규 조달청장은 공정위에 이례적으로 고발요청을 했고, 공정위는 어쩔 수 없이 입장을 수정했다. 작년 1월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도가 폐지되면서 고발요청권이 검찰총장과 함께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 등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SK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2개 업체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검찰 고발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도 SK건설에 대해 과징금만 부과하고 고발조치를 하지 않다가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3월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면서 뒤늦게 고발한 적이 있다. 당시 SK건설은 2009년 12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를 낙찰 받는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키고 입찰가격을 사전 합의하는 방식으로 1,000억원대 공사를 낙찰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4월 이 사건과 관련해 SK건설 법인과 최모 수도권 본부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이어 조달청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 SK건설을 형사 고발하지 않은 데 대해 공정위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행위의 중대성 여부를 보고 행정처분 외에 추가 형사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 위원들이 판단 할 때 고발을 하는데, SK건설의 경우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오히려 검찰이나 조달청이 왜 SK건설(담합)의 고발을 요청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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