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6개월.. 우리은행 ‘위비개인모바일’ 선전
7등급 신용대출 금리도 한자릿수.. 타 은행도 5~10% 대출 속속 출시
연체 우려, 노하우 부족에 아직은 확대 제한적… “2금융권 협업, 새 모델 개발 필요”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5~7등급의 중신용자들에게 연 5~10% 금리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시중은행의 ‘모바일 중(中)금리 대출’ 상품이 출시 6개월을 맞으면서 차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날개는 펴지 못하고 있지만, 서민층의 ‘금리절벽’ 고통도 덜면서 은행에겐 새로운 수익원이 될 거란 기대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과거 은행권 중금리 대출의 ‘반짝 흥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본격화된 시중은행의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 중 선두 주자는 우리은행의 ‘위비개인모바일대출’이다. 직업ㆍ소득에 관계 없이 최대 1,000만원까지 연 5.8~9.6%의 한자릿수 금리로 대출해 준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이 가능해 저축은행처럼 대출이 간편하면서도 저축은행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게 흥행의 주 요인이다.
지난 5월 출시 이후 아직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벌써 1만건 대출에 잔액도 400억원(11일 기준)을 돌파했다. 애초 우려했던 부실률도 은행권 서민정책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 상품들보다 낮은 2%대에 그쳐 리스크 관리에도 선방하고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중금리 대출이란 문자 그대로 시중은행의 5% 이하 저금리 대출과 저축은행 등의 20% 이상 고금리 대출 중간에 위치한 10% 안팎 대출을 일컫는 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꺼리는 5~7등급 신용자들이 곧바로 제2금융권 고금리로 밀려나는 이른바 ‘금리단층’ 현상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의 중금리 신용대출 확대 권고로 시중은행들이 올 들어 모바일 형태의 대출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스피드업직장인대출), KEB하나은행(하나이지세이브론) 등도 각각 한 두 달 간격으로 상품을 출시했고, 농협은행도 올해 안에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내년 출범할 인터넷은행의 주요 타깃이 중금리 대출인데다, ‘8퍼센트’ ‘렌딧’ 등 개인간 자금수요를 연결해 주는 P2P대출 중개회사들의 5~15%대 대출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국내 중금리 대출의 수요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총 10단계 신용등급 구분 기준으로 국내 금융거래 고객 가운데 중간계층인 5~6등급(27.6%)은 1~2등급(36.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 규모(올 9월말 기준 52조5,000억원) 역시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현재는 이 중 60% 가까이(30조8,000억원)가 제2금융권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중 우량고객을 잘 선별해 흡수하면 저금리 기조로 갈수록 이자마진이 줄어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은행들의 계산이다.
관건은 중금리 대출의 리스크 관리다. 실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2005년 출시한 ‘셀렉트론’은 한 때 큰 인기를 끌다가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2013년 말 판매를 종료했다. 시중은행들이 요즘 상품을 팔면서도 “아직 시험용 상품”이라며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런 리스크를 덜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의 제휴를 택했다. 위비개인모바일대출은 우리은행이 서울보증보험에 일정 보증료를 지급하는 대신 부실이 나면 전액 보증해 주는 구조다. 신용대출이긴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서를 발급해 준 고객에게 대출해 주는 사실상 ‘담보 대출’ 성격이 짙은 것이다. 타행들도 서울보증보험과의 보증 체결을 원했지만 서울보증보험은 최소 1년은 우리은행의 경과를 지켜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상반기 서울보증보험과의 제휴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를 접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대신 대출 한도를 500만원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봐서 진행하고 있는데 중간 신용등급 고객의 연체 현황, 금융거래 패턴의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로 금리와 한도를 재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지속가능한 중금리 대출을 위해선 새 사업모델과 신용평가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은행권은 중금리 대출 노하우가 있는 업체와 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중금리 대출 부실 위험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도 노하우를 보유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해 연계대출 등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권우영 우리은행 금융연구실 수석연구원도 “기존 정형화된 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신용등급을 세분화해 중간 신용등급에서도 잠재적인 우량고객을 발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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