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미국의 군사 개입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미 공화당 주장에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가세했다. 공습 위주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 IS 전략에 대한 미 정치권의 초당파적 수정 요구와 다름없는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19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국방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상군 1만명 파병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 24’ 인터뷰에서 “기존 공습만으로는 IS를 격퇴할 수 없다”며 미 지상군 1만 명을 투입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또 “아랍 주요 국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프랑스 등 동맹군과 더불어 미 지상군 1만명 가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IS는 알카에다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서 뻗어 나온 가지이기는 하지만, 2013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할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나약한 중동 정책이 지금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과거 국무장관으로 보좌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IS 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처럼 지상군 파병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공습 위주의 타격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군사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여러 방법으로 군사적ㆍ외교적 전략을 강화하고 가속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IS 격퇴전략을 제시했다. IS를 격퇴하려면 현행 공습을 강화하는 한편 지상군 작전과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오바마 행정부가 꺼리고 있는 이라크 북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 방안을 제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립구도가 부각되지 않도록 표면적으로는 미 지상군 파병에 반대했다. 강연 후 이뤄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시리아에 미국의 지상군 파견 압박이 높아지고 있으나, 지상군 파견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특수 작전이나 이라크 혹은 친 서방 시리아 반군 지원을 위해 투입된 기존 지상병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의 행보에 대해 “IS 전략과 관련,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 진영과 각을 세우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려 조심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상군 파병에 대한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중대한 상황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존의 파병 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IS에 맞서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미 백악관도 이날 오후 내놓은 설명자료에서 지상군 투입 방안은 배제된 가운데 ▦IS 지도자 추적ㆍ제거 ▦IS 자금줄 차단 ▦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전선 구축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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