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상을 부활시켜 달라.”
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 나흘째 대전~서울 대구간 중 제3소구간(지족동-대평동 8.8km)을 질주하고 난 김영진(32ㆍ경기)이 지친 기색도 없이 농담을 던졌다. 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에 15년 연속 개근한 베테랑 김영진의 표정에서 여유와 관록이 피어 올랐다.
김영진은 2001년 제47회 대회부터 이름을 올려 2003년 우수신인상, 2005년, 2011년, 2013년 우수선수상, 2007년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쥔 이 대회의 ‘단골 손님’이다. 동료들은 김영진을 보며 “언제까지 나올래?”라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김영진에게는 아직 한반도 역전마라톤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이번 대회 10연패ㆍ통산 20회 우승을 앞두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충북을 저지하는 일이다. 김영진은 2005년 제51회 대회에서 경기가 충북의 8연패를 막아 섰을 당시 팀의 주역으로 뛰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팀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역시 당시 우승을 경험한 주축들이 대부분이다. 김영진은 “올해 우리 팀은 10년만의 우승, 그리고 충북의 10연패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충북을 넘어서겠다”고 힘 줘 말했다. 굳센 각오처럼 김영진은 나흘 연속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하루를 쉬던 안 쉬던 어차피 정신력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영진은 17일 제주에서 마지막 소구간을 1위로 마무리한 데 이어, 19일 에이스들이 각축전을 벌였던 신동고개 구간에서도 젊은 피들을 제치고 3위로 골인했다. 쉴 틈도 없이 출전한 나흘째 제3소구간에서는 기어이 선두로 자존심을 되살렸다. 한반도 역전마라톤과 15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영진은 이제 ‘20년 고지’를 밟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김영진은 “지난 세월 동안 ‘부상은 곧 은퇴’라는 생각으로 자기 관리를 해왔다. 한반도 역전마라톤 15년 개근의 비결도 결국 잘 먹고 잘 쉬는 것이었다”라면서 “언제 은퇴할 지 모르겠지만 대회 20년 출전은 꼭 채우고 싶다”고 웃었다.
평택=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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