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충북의 10연패로 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가 성대한 막을 내렸다.
엄광열 감독이 이끄는 충북은 21일 파주 통일촌에서 끝난 한반도 역전마라톤에서 종합 13시간44분31초를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충북은 61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10연패를 달성했고, 통산 20승 고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준우승은 종합 13시간46분37초를 작성한 경기에게 돌아갔다. 서울이 13시간56분11초로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는 더 많은 팀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부산~서울간 500여km를 달렸던 예년 대회와 달리 제주에서 파주 통일촌까지 259km를 달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12개 팀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어느 때보다 더 큰 ‘화합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와 이봉주(이상 45)도 후배들의 레이스를 따르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이봉주 ‘형님’을 존경하는 카센터 사장님 김수용(40)씨가 마스터스로 출전해 2개 소구간을 달리는 활약을 펼쳤다. 마라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생업까지 제치고 달리는 열의를 보였다. 전 육상계가 하나되는 잔치가 벌어진 셈이다.
또 다른 성과는 신인 발굴이다. 특히 올해는 중ㆍ고등부 신예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한국 육상의 유망주들이 선배들과 실력을 겨루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강원체고 2학년 이규성(17)은 실업팀 선배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켜 최우수신인선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건국대, 한국체대, 계명대 등 대학 선수들의 라이벌 대결도 흥미진진했다. ‘한반도 역전마라톤은 한국 육상의 등용문’이라는 60년 전통을 이어간 셈이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이규성이라는 보석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번 대회는 큰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실업팀 선수들을 이기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회 마지막 날까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흥행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다.충북과 서울은 21일 닷새째 구간(서울역-파주 통일촌)에서 1분여 차이의 승부를 이어가는 등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쳤다. 대구, 강원, 전북 등 중위권 경쟁도 치열했다. 이번 대회 심판장을 맡았던 유문종 대한육상경기연맹 시설위원장은 “충북이 10연패를 달성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승부를 점칠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예년보다 더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역전마라톤이 통일의 염원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한국 마라톤의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황 부회장은 “짧은 소구간에서 경쟁을 이어나가는 한반도 역전마라톤은 스피드 향상을 통해 우수한 마라토너를 길러낼 수 있는 토양”이라며 “결국에는 이를 통해 한국 마라톤의 기록을 단축하는 궁극의 목표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파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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