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을 능가하는 팀이 나올 때가 곧 한국 마라톤이 부활하는 날이다.”
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에서 10연패의 역사를 새로쓴 엄광열(55) 충북 감독이 의미심장한 우승 소감을 남겼다. 충북의 우승보다 한국 마라톤의 부활이 우선이라는 그는 “10연패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 마라톤의 스타가 탄생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 감독은 한반도 역전마라톤 절세의 ‘지략가’로 꼽힌다. 스타급 선수들은 많지 않지만 치밀한 오더 싸움과 전략으로 충북의 10연패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엄 감독은 “충북이 이 대회에 참가한 어떤 팀보다 풍족한 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충북에는 중ㆍ장거리 전문 실업팀이 다수인데다가, 도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사용해 구심력을 갖고 팀을 만들어내는 것은 충북만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충북의 10연패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엄 감독은 한반도 역전마라톤에서 수 차례 지도상을 받은 명감독이지만 2012~13년도에는 자리를 고사했다. 후배 지도자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충북의 연패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가용 자원이 적었다. 엄 감독은 “엔트리는 12명이었지만 실제로 2명은 한 구간도 뛰질 못했다. 팀의 에이스 손명준은 독감에 걸렸고, 신현수 역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레이스를 소화했다”고 털어놨다.
충북을 똘똘 뭉치게 만든 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끈끈한 단결이었다. 이 대회 통산 20승을 만들어오면서 쌓아온 신뢰의 무게인 셈이다. 엄 감독은 “우리는 역전마라톤을 뛸 줄 아는 팀이다. 그야말로 애향심과 협동심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힘줘 말했다.
엄 감독은 팀의 ‘살림꾼’역할을 도맡아온 김효수(29)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충북 선수에게 최우수선수상을 줄 수 있다면 김효수에게 주고 싶다”면서 “동료들이 부진한 가운데 대신 그 짐을 짊어지고 뛰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도맡아줬다”고 칭찬했다.
파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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