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계기업 대거 법정관리 내몰릴 듯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을 금융기관 주도로 신속히 구조조정하기 위해 도입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연말 일몰로 종료되지만, 이 제도를 연장할 것인지에 대한 국회 논의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법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워크아웃 제도가 사라질 경우 곧바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직행하는 한계기업들이 급증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4~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기촉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거친 이 개정안에는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돼 4차례의 연장과 재입법을 거쳐온 기촉법을 상시화하고, 대상 기업을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첫 논의가 진행된 앞선 18일 법안소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무위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기존의 법정관리 제도를 보완하는 대신 한시적으로 도입된 워크아웃 제도는 폐지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법정관리의 근거법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기촉법은 해외 어디에도 유사 사례가 없는 데다 관치 논란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채권은행의 신규 지원금을 우선 보장하는 등 (개정안에) 법정관리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했기 때문에 워크아웃 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논의 시간도 촉박하다. 정부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일정을 감안할 경우 이번 주를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주로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27일)에 여야 간 합의안이 상정되지 못하면 연내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인 데다 내년 4월 총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법안 제정을 둘러싼 논의는 기약 없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과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워크아웃 제도가 사라질 경우 한계기업들은 채권은행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데 이 경우 채권은행 4분의 3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야 지원이 이뤄진다. 소액 채권자들이 청산을 원할 경우 이를 막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실제 과거 기촉법 공백기였던 2006년1월~2007년11월 사이 현대LCD와 VK모바일 등 워크아웃 대상 6개 기업은 모두 자율협약을 거친 후 법정관리를 맞게 됐다.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달 발표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70곳은 물론 다음달 발표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C등급을 받은 대기업들은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을 모색해야 하는데, 기촉법이 사라지면 이들 기업은 결국 법정관리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법정관리 대란을 피하려면 정부가 기촉법 상시화를 양보하는 대신 우선 기존 법안을 연장한 후 제대로 된 구조조정 대안을 모색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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