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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갔다가 집으로... '무비자 착각' 여행객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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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갔다가 집으로... '무비자 착각' 여행객 많다

입력
2015.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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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됐지만

전자여권 소지 후 ESTA 발급 필수

베트남은 여권 유효 6개월 넘어야

여행사 없이 계획 세운 신혼부부 등

매달 300~400명 이상 출국 못해

사진은 무안국제공항.
사진은 무안국제공항.

“미국은 무비자 아니에요?”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국내 한 항공사 직원 김모(25)씨는 지난 주말에도 신혼부부 한 쌍을 비행기에 태우지 못했다.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신혼여행을 떠나려던 부부는 하와이에 가려면 비자나 전자여행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이미 현지 숙소와 자동차 예약까지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이들은 공항에서 발만 굴렀다. 김씨는 24일 “결혼식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 공항에 도착한 신부가 펑펑 우는 모습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보게 된다”며 “항공사에 항의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입국 비자 문제에는 도움을 줄 수 없어 직원과 고객 모두 난감하다”고 말했다.

여행준비를 모두 마친 뒤 공항을 찾은 여행객들 중 일부가 관광비자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황당한 실수지만 ‘무비자 입국’에 대한 오해 탓에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국내 한 항공사에 따르면 항공사 이용객 중 이런 이유로 출국하지 못하는 사람은 매달 300~400명에 이른다. 항공사 관계자는 “주로 미국, 중국, 베트남 여행객들이 실수를 하는데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를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40%, 미국을 갈 때 구형 여권으로 전자여행허가를 받은 경우가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2008년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한국인은 2009년부터 무비자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 단 2008년 8월 이후 도입된 전자여권을 소지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수료 14달러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아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즉 구형 여권 소지자는 직접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비자를 새로 받아야 하는데도 무비자라는 말만 생각하고 공항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송모(25)씨는 “여행사 없이 동생과 둘이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여행 책자에 ESTA에 대한 내용이 없어 미처 준비를 못했다가 출국 이틀 전 부랴부랴 신청해 겨우 일정을 맞췄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첫 방문 시에는 15일 이내는 입국 비자가 필요 없지만 그 이상 체류하거나 30일 이내에 재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베트남과 대만은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만 입국이 가능한데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여행객도 의외로 많다. 중국의 경우는 가까운 나라여서 비자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별도로 비자 발급을 받지 않은 채 공항으로 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베트남 관련 사례는 매일 한 건 이상 발생한다”며 “다행히 베트남은 현지에서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어 출국은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국가를 방문할 때는 비자를 준비하는 게 원칙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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