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밴헤켄(36)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유니폼을 입는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25일 “‘세이부가 전날 넥센과 밴헤켄의 보유권 양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며 “대리인과 협상을 마친 뒤 곧 정식 계약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보유권 양도’다. 결국 넥센이 내년 시즌 밴헤켄의 ‘보유권’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다년 계약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시즌을 마치면 사실상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돼 해외의 타 구단에 입단하더라도 원 소속 팀과 별도의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밴헤켄을 붙잡는 데 실패한 넥센은 세이부와 보유권 양도 논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넥센은 세이부로부터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의 ‘이적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다년 계약 금지는 이미 유명무실한 규정이다. 두산은 2011년부터 뛴 외국인 투수이자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니퍼트와 다년 계약을 진행한 바 있고, NC의 1군 첫 해인 2013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찰리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 계약을 한 것이 미국 현지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 공개됐다. 한국야구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테임즈(NC)는 최근 150만 달러에 내년 시즌 재계약을 마쳤다는 구단 발표가 있었지만 사실 올해 2년 계약을 했다는 설은 시즌 중에도 공공연히 돌았다. 테임즈는 최근 한 캐나다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2년 계약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외국인 다년 계약 금지 조항을 합법적으로 없앨 경우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을 우려해 섣불리 개정하지 못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25일 “다년 계약 허용은 양면성이 있다”며 “2년 계약을 가능하도록 하면 삼성처럼 밴덴헐크(일본 소프트뱅크)를 뺏기지 않고 잡을 수 있거나, 밴헤켄에 대한 보유권을 갖고 있는 넥센처럼 보상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년 계약에 반대하는 구단들의 목소리도 크다. 정금조 부장은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긴 계약 기간을 제시하면 몸값 부담이 생긴다. 외국인 선수는 성공 확률이 반반인데 만약 실패 한다면 말 그대로 ‘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규정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앞서 지난해 1월 KBO 이사회에서 말 많았던 용병 몸값 상한제도 폐지한 것처럼 외국인 계약 기간 규정도 이제는 현실화할 때가 됐다. 외국인 선수는 도입 초창기에는 이방인 개념이 강했지만 지금은 단순한 선수 한 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테임즈와 니퍼트는 웬만한 국내 선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선수 자신이 메이저리그나 거액으로 유혹하는 일본 프로야구에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년 계약을 해놓을 경우 구단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다년 계약을 허용할 경우, 지나친 몸값 폭등과 행여 있을지 모를 선수의 태업 등을 방지할 장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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