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엄수된다. 국회의원 9선의 의회주의자이기도 했던 고인은 민주화와 국가발전에 몸바친 현장인 이곳 의사당에서 국민들과 마지막으로 작별한 뒤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돼 영면에 든다.
고인이 남긴‘통합과 화합’의 유지에 따라 장례위원회에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각계 각층의 인사 2,222명이 참여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도 장례위원회 고문에 명단을 올렸다. 일반 시민들도 영결식 참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영결식이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떠나 보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적인 화해와 통합의 한마당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22일 서거 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과 전국 220여 개 분향소에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각계 각층의 인사, 일반시민들의 조문 발걸음이 이어지는 등 국민적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2009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열기다. 서울시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정치적 경쟁관계였던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함께 조문객을 맞이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에 공(功)만이 아니라 과(過)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국민들은 고인의 선 굵은 리더십과 소탈했던 인간적 면모를 기리며 한 마음을 이루었다.
불통과 배제의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경쟁할 땐 경쟁하더라도 협력할 땐 과감하게 손을 내밀었던 김 전 대통령의 통 큰 정치가 새삼 돋보이고 재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 논리보다는 직관이 뛰어났던 그는 대통령 재직 시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이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믿고 맡기는 위임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가까이서 보좌했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 전 대통령이 참모들의 직언하는 분위기를 허용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회고했다.
우리 현대정치사의 거인이었던 고인을 떠나 보내며 업적을 기리고 추모했던 열기를 헛되이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1인 보스 중심의 계파정치와 지역주의 등 김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유산은 확실하게 극복하되 거리낌 없는 인재 등용과 소통, 포용의 정치 등 긍정적 유산을 이어받아 오늘의 암울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대립과 갈등,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봉착한 심각한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김 전 대통령을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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