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는 고인이 생전 좋아한 노래 ‘청산에 살리라’가 울려 퍼졌다. 추모곡은 성악가이자 작곡가, 언론인이던 김연준이 1973년 윤필용 필화사건에 연루돼 구치소에 갇혔을 때 쓴 가곡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10년 83세 생일 때도 이 노래를 축가로 요청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영결식에서 추모곡은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학교 교수와 국립합창단·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불렀다. 고 교수는 22년 전인 93년 봄 김 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무대에서도 아리아와 가곡을 불렀던 인연을 갖고 있다. 85년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는 손명순 여사와 함께 로마를 방문한 고인을 만나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김 전 대통령과는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사이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는 당초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선택했지만 유족 측이 고 교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이 염원한 푸른 세상, 소나무 같은 세상을 생각하며 고인이 하늘에서 이 나라를 지켜봐 달라는 마음으로 노래했다”고 전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