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2012년 전에도 사용” 진술
“뇌 손상 이후 사용” 원장 주장과 달라
감염자 급증… 당국 “다른 병도 검사”
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원장과 간호조무사가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보건당국은 다나의원 이용자 2,000여명에 대해 C형 간염 외에 B형 간염, 에이즈, 말라리아 등의 감염 여부도 확인하기로 했다. 서울 양천구보건소는 다나의원을 업무정지(24일) 처분하고 원장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자격정지를 의뢰했다. 다나의원을 이용한 한 가족과 가족의 지인 등 3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파장은 커지고 있다.
26일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다나의원의 원장 K씨는 질본 조사에서 “2012년 사고로 뇌내출혈(뇌 안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는 일)을 겪은 뒤 주사기를 재사용해왔다”고 진술했다. K씨는 이 사고로 뇌병변장애 3급과 언어장애 4급 등 중복장애 2급을 받았다. 이후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고 수전증 등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뇌 손상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비상식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이 병원에서 일했던 한 간호조무사는 “2012년 전에도 주사기를 재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K씨가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애발생 이후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병원이 개원한 2008년 이후 방문자 전원에 대한 감염 여부를 조사하게 된 것도 원장과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이 비상식적 의료 행위를 한 까닭은 여전히 의문이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감염된 점,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감소라는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윤리를 외면하고 진료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몸이 불편한 원장을 대신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염자 숫자가 67명으로 급증하고, C형 간염 감염자 온라인 카페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어머니와 친한 언니, 자신까지 감염됐다며 분노했다. 보건당국은 다나의원에서 직원, 환자 등 2,268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외에도 다른 질병의 감염 여부도 확인하기로 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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