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 남자화장실 출입을 금합니다!!’ 경기도 A여대의 한 남자화장실 출입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것까지 붙였을까. 25일 본보 [View&]은 캠퍼스 내 교수전용공간에 대해 “똑같은 돈 내고 쓰는 휴식 공간인데 교수라고 해서 특혜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는 학생들의 불만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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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캠퍼스 내 화장실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교수들의 이야기다.
서울 B여대 한모(47ㆍ남)교수는 “학교에 남자화장실보다 여자화장실이 훨씬 많은데도 남자화장실을 쓰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화장실 갈 때마다 혹시 안에 여학생이 있나 살핀 후에야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어떤 교수는 “학교 남자화장실에서 남자랑 마주쳤는데 오히려 낯설었다” 며 불편한 현실을 우스갯소리로 비꼬았다. 교수들은 남자화장실 앞에서 눈치를 보고 여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기이한 현상은 학생들 사이에선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B여대 4학년 정모(23ㆍ여)씨는 “쉬는 시간에 친구랑 남자화장실에서 거울 보며 수다를 떨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문 밖에 교수님이 서 있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자 교수님은 ‘이제 볼 일은 다 보셨나요?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으셨다. 근데 바로 다음 강의가 그 교수님 강의여서 수업 내내 교수님 얼굴 보기가 약간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최모(23ㆍ여)씨는 “중앙도서관에 있는 남자화장실은 늘 비어 있고 불도 꺼져 있어서 통화할 일이 생기면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 화장실 출입문을 닫고 통화하면 공부하는 학생들한테 피해도 안 주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렴치한 다수의 횡포일까, 여학생들이 뻔뻔스럽게 남자화장실을 쓰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건물 내 화장실 공간이 부족한데다 짧은 시간 한꺼번에 이용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요즘엔 여대 건물에도 층마다 남녀 각각 화장실이 있고 여자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넓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되면 여지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게 바로 여자화장실이다. 보통 강의와 강의 사이에 주어지는 쉬는 시간은 10분,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고 용무까지 해결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간혹 강의가 늦게 끝나기라도 하면 여자화장실에서 줄을 서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 때 다급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남자화장실이다.
강의와 강의 사이 쉬는 시간 10분
한꺼번에 몰리면 화장실 사용 못해
공간을 넓히거나 이용시간을 분산시키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쉬는 시간을 늘려서 화장실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경우도 있다. 서울 C여대 박모(45ㆍ남)교수는 “쉬는 시간이 10분이었을 땐 남자교수들이 남자화장실에서 여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이 꽤 있었다 들었는데 몇 년 전 쉬는 시간을 15분으로 늘린 다음부터 그런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간 넓히거나 이용시간 분산’지적
열악한 남자화장실 문제를 지적하는 학생도 있었다. 서울 D여대 3학년 박모(22ㆍ여)씨는 “학교에 남자 교수님이나 학점교류 프로그램으로 온 남학생도 꽤 있는데 남자화장실 개수가 적고 공간도 비좁은데다 시설도 너무 성의 없이 만든 것 같다. ‘과연 저기서 볼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간적 한계로 인해 남자화장실을 여자화장실이나 파우더룸 등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B여대 한모(47ㆍ남)교수는 “그나마 요즘 화장실에서 여학생과 마주치는 일이 줄어서 다행이긴 한데 마이너리티(Minorityㆍ소수)로서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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