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지렛대를 만들어라”
경기 침체에 따른 저성장 극복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해외 M&A는 포화상태에 빠진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신시장 창출에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주목 받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M&A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M&A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4,000억원으로, 지난해 이뤄진 전체 M&A 거래금액(약 51조2,000억원)의 0.78%에 불과했다. 2010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M&A 비중이 전체 거래금액(31조원)의 6.13%(1조9,000억원)였던 것과 비교해도 크게 뒷걸음질 친 셈이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의 해외 M&A 비중이 30%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난 2007년에 이어 올해 5월에도 정책금융기관과 국민연금을 통한 해외 M&A 자금 및 관련 세제 지원책 등 해외 M&A 활성화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해외 M&A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자금 확대는 물론, 효과적인 해외 M&A 지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수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정부나 유관기관에 흩어져 있는 해외 M&A 관련 지원 요소들을 통합, 집중시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전문 인력을 영입해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산하의 글로벌 M&A 지원단 등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출범한 코트라의 글로벌 M&A 지원단은 현재 세계 83개국 123개 해외 무역관을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유용한 M&A 정보 등을 수집해 지원하고 있다. 실제, 올해 6월 신용평가전문업체인 나이스그룹에서 독일의 자동차 휠 전문 글로벌 기업인 BBS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것도 코트라 도움이 컸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제조업 진출을 노렸던 나이스그룹은 2010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주조성이 뛰어나고 경량화 효과가 큰 에코 알루미늄 사업화를 적극 추진해왔고, 그러던 중 코트라 런던무역관으로부터 매물로 나온 BBS 정보를 입수한 뒤 인수에 성공했다. 1970년 설립된 BBS는 세계 최초의 3개축 경주용 자동차 휠을 개발(1972년)해 모터스포츠의 혁신을 불러온 기업으로, 포르쉐와 아우디, 벤틀리에 고급 자동차용 휠을 납품해왔다. 나이스그룹은 “BBS 인수 성공은 전문 인력을 투입해 독일 자동차 부품 시장 상황과 인수가격 검토 등 면밀한 분석 지원을 해준 코트라 런던무역관의 공이 컸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해외 M&A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영자가 해외 M&A에 실패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을 경우 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의 새 성장동력 창출, 시장지배력 강화, 산업주도권 유지 등을 위해 해외 M&A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국내 기업간 M&A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지형 코트라 글로벌 M&A 지원단 단장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면 설령 M&A가 실패했더라도 용인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 마련이 중요하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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