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그 동안 쌓은 경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주요 회사의 디자인 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르고 있다.
링컨의 실내 디자인 책임자인 강수영씨나 벤틀리의 외관과 선행 디자인 책임자인 이상엽씨는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강씨는 아시아계 여성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가 됐고, 이씨는 벤틀리 전 직장이었던 GM에서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미국적인 고급차와 스포츠카의 디자인이 한국인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국내 자동차 팬들에게 놀랍고도 뿌듯한 일이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 자동차 회사의 인재 기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동차 회사가 다국적화되면서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가 속한 나라나 지역 중심으로 폐쇄적인 채용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회사들은 좀 더 일찍부터 개방적인 편이었다. 1960년대에 GM과 포드를 오가며 브랜드 대표 스포츠카를 디자인한 래리 시노다를 봐도 알 수 있다.
193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래리 시노다는 부모가 모두 일본인인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차는 2세대 쉐보레 콜벳이다. 1953년에 나온 1세대 모델은 혁신적이었지만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는데, 1962년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은 뛰어난 성능과 함께 낮고 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멋진 디자인은 대중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2세대 콜벳에 이어 콜라병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차체로 호평을 얻은 3세대 콜벳도 그가 GM 시절에 디자인했다.
GM의 간판 스포츠카를 성공으로 이끈 그는 1968년 경쟁사인 포드로 자리를 옮겼다. GM 총괄 부사장이던 세먼 크누센이 포드로 이직하면서 그를 영입한 것이다. 크누센은 스포츠카 머스탱의 고성능 모델인 보스 302의 디자인을 시노다에게 맡겼다. 완성된 차는 일반 머스탱보다 훨씬 더 박력 있는 모습으로 많은 팬을 모았다. 이어 시노다는 본격적인 머슬카로 탈바꿈한 2세대 머스탱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덕분에 시노다는 미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 두 곳의 상징적 스포츠카를 모두 디자인하는 특이한 경력을 갖게 됐다. 인종이나 배경은 뛰어난 능력 앞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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