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새벽 밤샘 협상 끝에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쟁점법안의 순차적 처리에 합의했지만 허술한 합의구조로 2일 본회의 처리 법안부터 극도의 혼란을 겪는 등 차질을 빚었다. 여야 모두 원내지도부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데 양당 지도부는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했다.
여야 지도부가 이날 새벽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한 5개 쟁점법안은 극도의 혼란 속에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 5개 쟁점법안의 법사위 심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는 내심 이 위원장의 회견 내용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애초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 내용부터 부실했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여야는 협상 직후 "예산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합의문에는 이런 내용을 넣지 않았다. 또 비교적 합의가 가능했던 5개 쟁점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쟁점 법안들은 '합의 처리한다'고만 명시, 사실상 유명무실한 합의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는 이미 이날 "합의 처리한다고 한 법안은 상임위별로 알아서 심사하겠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여당이 요구하는 노동 개혁 관련 법안은 처리 시점도 불분명해 역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에 대해 야당은 임시국회 앞에 '이번' 또는 '12월'이란 단어가 빠진 만큼 연내 처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극도의 혼란 속에 내홍은 야당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특히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쟁점 법안 맞바꾸기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여야가 합의처리하기로 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관련 “경제민주화에 정면도전하는 것이고 경제민주화에 180도 역진하는 법”이라며 협상을 주도한 지도부를 향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추 최고위원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길을 터주고 기업지배력 강화에 손을 들어주는 법”이라며 “시장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은 황당무계한 법으로 이것을 졸속으로 정기국회 내에 합의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관광진흥법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강력 반대하는 법이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자칫 잘못하면 의료민영화의 개문발차가 될 수 있어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밀실 합의”라고 꼬집었다. 서기호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합의는 비교섭단체 국회의원들의 입법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기국회가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만큼 양당 지도부만의 합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협상을 주도한 야당 원내지도부는 협상 결과에 비판이 쏟아지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원내대표간 합의안을 강제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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