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관광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관광진흥법)의 골자는 학교 주변 200m 안에서도 객실 100개 이상의 대형호텔을 건립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와 재계는 관광산업 활성화, 신규 투자 및 고용 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른바 ‘학교 앞 호텔법’ 통과로 학습 환경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행법에도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호텔 건립을 허용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 논리’보다 ‘기업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주변 200m 이내에서 학교정화위원회의 별도 심의 없이도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이 허용된다. 다만 학습권 훼손을 우려해 호텔 건립이 무조건 불허되는 ‘절대정화구역’을 기존 50m에서 75m로 넓혔고, 위반 사실이 한 번 적발되면 바로 관광호텔 허가가 취소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학교 경계 75m 이상 200m 내의 지역에는 객실 100개 이상의 호텔이 아무런 제재 없이 건립이 가능해져 앞으로 7,000억원에 달하는 호텔 투자와 1만7,000여개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부터 추진돼 온 관광진흥법 개정은 학습 환경 훼손 논란으로 진척이 없다가 2013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완화 차원에서 거론되면서 다시 추진돼왔다. 중국인 관광객을 필두로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는 상황에서 객실이 1만3,000개나 부족해 관광업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학교 인근 관광호텔 건립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학교 경계 200m 내에 호텔이 건립되면 주변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유해업소들이 들어설 수 있고 이는 통학로와 겹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굳이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학교 앞 호텔 건립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학교보건법 규정에 따라 학교정화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서울시내 호텔 건립 계획 10개 중 7개는 여러 이유로 건립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진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2011~2015년(2월)‘학교정화위원회 심의결과’를 분석한 결과, 심의를 통과한 166건의 호텔 건립계획 중 실제 호텔이 건립됐거나 구체적으로 건립이 진행 중인 경우는 53건(31.9%)에 불과했다. 승인을 받고도 건립이 되지 않은 113건의 호텔 건립만 이행돼도 정부에서 이 법 개정의 이유로 지목한 객실부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정화위원회 심의만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대한항공은 광화문 인근에 한옥식 호텔을 건립하려다 중부교육지원청 학교정화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뜻을 접어야 했다. 객실 100실 이상의 관광호텔을 건립할 수 있는 투자여력이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해준 점에서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할 전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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