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상식이지만 큰 한류 축제
‘영화 큰 손’ CJ E&M 염두도
2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박신혜·한효주·한채영 등 여배우들이 레드카펫을 환하게 빛냈다. 국제영화제가 아닌 ‘2015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5 Mnet Asian Music AwardsㆍMAMA)’에서다. 이 행사에는 이정재를 비롯해 고아성·김강우·여진구 등 배우 20여 명이 참석했다. 인기상에 선정되고도 시상식에 불참한 공효진 등 11월 20일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배우들이 K팝 가수들의 음악축제에 참석한 이색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배우들이 영화시상식에는 안 가고 타국에서 벌어진 K팝 시상식에 참여했다는 건, 땅에 떨어진 대종상의 권위를 그대로 보여준다.
공효진·이정재 등은 수상자가 아니라 시상자로 이날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도 아닌 이들이 굳이 홍콩까지 건너온 이유는 무엇일까. MAMA에 참여한 한 배우의 관계자는 “배우들은 가수들과 달리 해외 팬들과 만날 자리가 드문데 MAMA가 큰 한류 축제라 참여했다”고 말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CJ E&M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MAMA는 CJ E&M의 케이블채널 Mnet에서 주최하는 행사. CJ E&M은 영화 산업의 ‘큰 손’이기도 해서 배우들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MAMA는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미는 행사이다 보니 배우 섭외를 위해 CJ E&M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선다는 얘기도 있다. CJ E&M에 정통한 한 참가자는 “이미경 CJ E&M 부회장이 친분 있는 배우에겐 직접 연락해 초대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MAMA가 끝나면 홍콩 R호텔 스카이바에서 애프터파티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배우들은 CJ E&M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을 나눈다. 이 파티에는 연예인도 매니저 등 스태프 없이 홀로 들어가며, 취재진과 일반인은 철저히 출입이 통제된다. 지난해 MAMA 애프터파티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들어와 다들 놀랐다”는 뒷얘기도 들려줬다.
하지만 가수 입장에선 아쉽다. 화제는 된다지만 가수들이 받는 상을 선배나 동료 음악인이 아닌 배우가 준다는 점에서다.
1999년 ‘엠넷 영상 음악 대상’으로 출발한 MAMA는 2009년부터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개최지를 바꾸며 아시아로 영향력을 넓혀오고 있다. 가수 싸이를 비롯해 그룹 빅뱅과 엑소 등 K팝스타와 공효진·박신혜·이정재 등 한류 배우들이 나선 MAMA에는 1만여 관객이 몰려 성황리에 끝났다. CJ E&M은 해외 소비자들이 K컬처를 체험하며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프리위크 행사를 11월 28일~12월 1일 열어 7만여명의 관광객을 동원, 기업들은 약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홍콩=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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