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하는 것으로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정부 예산안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협의회)가 거부 입장을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학교 시설 환경개선 사업비 등으로 3,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우회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편성하고 부족분은 지방채 발행과 예비비로 충당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도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을 예비비 5,064억원으로 우회지원하고 부족분은 교육청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되, 이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택했다. 내년 예산도 같은 방식으로 편성했으나 예비비가 줄어들어 재정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시도교육청들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그 동안 누리과정 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중앙정부 의무지출경비 2조1,000억원 편성과 교부금 교부비율의 25.27%(현재 20.27%)상향 조정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출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갈등이 깊어졌다.
협의회는‘학교 환경개선을 위한 예비비’ 3,000억원 편성을 통해 누리과정을 우회 지원하도록 한 방식의 불법성도 제기하고 있다. 예산 법률주의에 따라 이 금액은 내년 학교 시설 환경개선 사업비 등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예비비 5,064억원을 누리과정에 투입한다는‘합의’를 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법률주의에 따라 예비비는 화장실 개보수 등 시설 환경개선 사업에만 써야 한다”며 “이를 누리과정에 쓰는 것은 법률 위반으로 내년 예산은 중앙정부가 아예 한 푼도 보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채 발행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은 2조1,000억여원에 달한다. 예비비 3,000억원을 모두 투입해도 1조8,000억여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교육청이 빚을 내야 하는 실정이지만, 높은 채무비율(2015년 28.8%)을 이유로 시도교육청들은 지방채 발행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구ㆍ경북ㆍ울산 등 3개 교육청만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했다.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내년 1월부터 ‘보육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그러나 국고에서 지방채 이자분과 예비비 등이 지원되는데다 누리과정 예산이 의무지출경비인 만큼 반드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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