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2016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86조3,997억원이 내년 나라살림에 쓰인다. 그러나 ‘국가 정책’인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또 지방당국인 각 시도교육청에 맡겨졌다. 여야는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2조1,000억원 중 예비비 3,000억원만 임시방편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나머지는 교육청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해결하거나 빚을 내 해결하라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더 이상 빚을 늘릴 수 없다며 중앙정부가 예산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대구, 울산, 경북(6~9개월분 편성)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누리과정은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며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약속이라는 게 중론인데, 지방자치단체인 시도교육청에 떠안으라고 강요하는 형국이 2년 째 이어지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쪽지예산’만 봐도 그렇다. 이번 예산안이 통과된 뒤 의원들은 지역주민들에게 ‘내가 이렇게 예산을 끌어왔소’를 알리기 바쁘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퍼주기’에 당초 없던 예산이 6,500억~3조원이나 편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달 새 쏟아져 나온 정부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에는 무려 14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다.(본보 4일자 1면) 이 중에는 수익성이 의심되는 사업도 여럿이다. 쪽지예산이나 SOC 사업을 줄여도 내년 전체 예산의 0.5%에 불과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마련하기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책임져야 할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이들에게 어린이집을 이용할 64만여명의 아이들과 그 학부모들의 불안감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교육이야말로 자본이고 투자란 말이 이들의 귀에는 왜 들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대혁 사회부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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