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종교인 과세 법안을 두고 여의도가 시끄럽습니다. 국회는 종교인에 대한 사례금을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명시해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1968년 당시 이낙선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으로 시작돼 47년 넘게 뜨거운 감자였던 종교인 과세가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개세주의’의 문제 의식을 담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개신교 등 일부 종교계가 반발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그들만큼이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재오(서울 은평을)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골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서로 간섭을 안 해 왔지 않나. 서울과 수도권의 목사님들이 기반을 만들어 줘서 그나마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이라며 “이것(종교인 과세)을 하려면 집권 직후에 해야 한다. 지금 선거가 코앞”이라고 했습니다. 개신교가 새누리당의 확실한 우군임을 강조하면서 내년 총선 걱정을 위해서는 종교인 과세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친박’ 김을동(서울 송파병) 최고위원도 “선거를 앞두고 불리하지 않나. 왜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나. 실익이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총선 룰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른 이슈에서는 서로 으르릉거리던 비박(이재오)과 친박도 종교인 과세 이슈만큼은 똘똘 뭉친 셈입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반발 목소리는 야당 의원 여러 명도 내고 있습니다. 국회부의장인 이석현(경기 안양동안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심지어 지난주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승’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꺼내 들며 이 법안은 본 회의 상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재벌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감세해주는 정부가 신앙인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친 돈에 까지 세금을 물린다면 저승에 가서 무슨 낯으로 그분들을 뵐 것인가”라며 “복음과 자비를 전파하는 신앙의 영역까지 세금을 매겨야 할 정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취약한 것인가. 재정 부족은 재벌 증세와 탈세 방지로 메꾸고 종교인 과세는 각종 세원 포착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종교인에 대한 특혜’로 가득 차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원천징수 여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종합소득세로 자진 신고한 금액에 세금이 부과됩니다. 단,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을 받고자 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신고, 납부할 수 있습니다. 또 종교목적 재산의 취득세, 재산세 면제나 비영리법인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 종교단체에 대한 조세제도는 계속 유지됩니다. 때문에 정의당의 경우 당론으로 법안을 반대해 왔습니다.
이번 종교인 과세의 한계는 ‘친박’으로 새누리당 내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주도한 강석훈 의원의 말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그는 반발하는 의원들에게 “(종교인의) 식비나 교통비, 사택 제공 등은 (세금 부과 대상인) 소득에서 빠진다”면서 “어떤 독신인 목사님이 4,000만원을 받으면 (낼 세금은) 연간 21만원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큰 부담이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그는 이 법이 적용될 예정인 2018년 1월을 염두에 두고 “2년 후에도 컨센서스가 모아지지 않으면 국회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2년 후인 2017년 치러지는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 내비친 셈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득세법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267석 가운데 찬성 195, 반대 20, 기권 50으로 통과됐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반대나 기권 표를 던진 이들도 있지만, 분명 종교인에게 과세를 안 된다며 던진 의원들이 상당수였다고 전해집니다. 당론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로 정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 초선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대다수는 찬성하는데도 국회의원들이 이토록 종교인 과세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 야권 관계자의 분석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 동네 곳곳에 크고 작은 교회들이 많다 보니 신도들에게 영향력이 큰 목사들이 지역 민심에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며 “설사 그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까지는 어려울 지 몰라도 떨어뜨리는 데 확실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나 내년 총선에서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의원들 입장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종교인들이나 신도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 동안도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법안 통과 이후 지역에 있는 목사님들이나 장로, 집사를 맡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다짜고짜 왜 그랬느냐고 다그치는 분들이 많았다”며 “심지어 누가 찬성 표결을 했는지가 알려지고 나면 내년 총선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 좀 흘릴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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