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카네이션 들고 대열 유지
‘건강한 소통’ 깨달아 이구동성
경찰ㆍ시위대 모두 폭력 지양해야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니 참가자들의 주장과 사연이 정확하게 전달돼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 경찰과 시위대 모두 폭력을 지양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5일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만난 대학생 김해인씨의 말처럼 이날 집회에선 물대포와 차벽, 쇠파이프와 각목이 없었다. 경찰은 집회가 준법 기조로 진행될 분위기를 보이자 최대한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평화적 행진을 유도했고, 미리 차벽으로 둘러싸 참가자들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참가자들도 전처럼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고, 주최 측이 준비한 카네이션 한 송이씩 들고서 예정된 동선에 따라 대열을 유지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심에 모인 시민들은 평화 집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중학교 동창 3명과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대학생 김서윤(19)씨는 지난달 14일 1차 집회 참가 때도 참가했다가 당시 친구 2명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를 눈 앞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지난 번 집회는 ‘폭력시위ㆍ과잉진압’ 패러다임에 갇혀 정작 그 많은 사람들이 왜 거리에 나왔는지는 잊혀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그는 “이번엔 경찰도, 집회 참가자들도 폭력을 삼가니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학생 홍승아(22)씨도 “경찰이 안전에 유의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집회는 경찰도 시민들도 집회의 바람직한 의미가 무엇인지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자 “너무 밋밋한 게 아니냐” “집회로 얻은 성과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집회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주장의 정당성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회색 마스크를 쓰고 서울광장을 찾은 회사원 김지명(31)씨는 “오늘 시위가 평화롭게 마무리 됐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성공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모이고 융화하는 집회문화가 정착될 기미도 보였다. 종교인들은 평화 집회를 염원하는 기도회를 열고, ‘전의경 부모모임’회원 등은 경찰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정부 비판 구호에 직접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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