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이뤄진 대국민연설에서 이슬람국가(IS)를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등 기존 전략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내용 없이 시민들의 인내와 협조만 당부한 연설에 곧바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의 비판이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 밤 저녁 8시 방송 시청이 많은 시간을 이용해 이례적으로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IS에 대한 응징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 연설은 이번이 취임 후 세 번째다. 그만큼 이번 연설이 중요하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2010년 6월 15일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와 같은 해 8월 31일 ‘이라크 자유’ 작전 종료 때 집무실 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살인자들이 외국 테러조직의 지시를 받았거나 국내의 광범위한 조직 범행의 일부라는 증거는 없지만, 그들은 이슬람의 왜곡된 해석을 좇는 급진화의 어두운 길로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 위협은 현실적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극복하고 IS는 물론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다른 테러 조직들도 파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과도하게 무슬림에 대한 공포 조장하는 행태를 의식한 듯 “거친 말과 두려움에 굴복해 미국의 가치를 저버리는 대신 똑똑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대응 방식으로 ▦지상군 파견 없는 공습 ▦이라크ㆍ시리아 현지 군대 훈련 ▦IS의 테러 음모 ㆍ자금줄ㆍ신규대원 모집 차단 ▦협상을 통한 시리아 내전 종식 등을 꼽았다. 이는 기존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현재 공화당 주요 대선주자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미 지상군 투입 문제에 대해 “과거 우리와 맞섰던 이라크 반군이 주축인 IS는 미 지상군을 현지에 묶어 놓고 장기 소모전벌이며 우리 자원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지상전에 더 끌려들어 가는 것이야 말로 IS가 원하는 것”이라며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무비자 입국자에 대한 심사ㆍ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총기규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또 “극소수 극단세력이 존재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무슬림 사회 전체를 적대시해서는 안된다”며 이슬람에 대한 불신과 반감 확산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의 무슬림 공동체에 대해서도 대 테러전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즉각 냉소적 반응을 쏟아냈다. 인기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게 (대책의) 전부란 말인가, 우리는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빨리”라는 글을 올렸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IS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오합지졸에 불과하다고 했던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이라며 “공습 작전만으로는 IS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요구한 총기 규제와 샌버나디노 사태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건 우리 시대의 전쟁이다. 대충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자신의 대 테러 전략에 아무 변화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기사에 딸린 미국 독자들의 댓글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비판하는 내용이 비슷한 빈도로 올라와, IS 대책이 미 정치권을 양분하는 또 다른 이슈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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