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작심한 듯 경제활성화ㆍ노동개혁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 소극적 자세를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해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분노로 돌아올 것”이라며 “지금 정치권은 온통 선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선거에서 선택하는 것도 국민”이라고 말했다. 전날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회가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내년 선거에서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밝혔던 어감과 비슷하다.
국회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과 주문 형태는 전날과 같지만 그 실질이 야당에 대한 압박임이 한결 뚜렷했다. 전날 여당 지도부에 조속하고 적극적인 법안 처리를 충분히 주문한 마당인데다, 이날 일부 발언에서는 비록 우회적이나 야당이 표적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면서 “이제 와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며 법안 처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법안과 관련해서는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은 동안 청년들의 고통만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야당을 직접 겨눴다. 지난 6월 ‘배신의 정치에 대한 국민 심판론’으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강하게 견제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심판의 칼끝을 야당에게 돌린 셈이다.
그럴 만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9일 끝나는데도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 테러방지법안 등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10일부터의 임시국회에서마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총선을 앞둔 정치상황에 미루어 법안의 자동폐기 가능성까지 있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에 매달려 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초조하고 불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당에도 사정은 있다. 당장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정면충돌로 번진 지도체제에 대한 당내 이견이 확대일로다. 그러니 법안에 대한 야당 나름의 문제의식도 아직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의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진작에 적극적 야당 설득에 나설 만한데도 청와대는 “우리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야당 지도부와 자구 만나 소통했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잇따른 야당 압박은 결국 소통 포기와 다를 바 없다. 꽉 막힌 정국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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