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하반기 도입을 약속한 ‘미술인 보수 지급 제도’의 시행이 늦어지고 미술계 의견 수렴도 지지부진하면서 문체부가 시행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울 동숭동 대학로 이음센터에서는 문체부가 주최하고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한 미술인 보수 지급 제도 관련 첫 공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관계자를 제외한 참석자는 10명 안팎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체부가 비공개 행사를 하듯 쉬쉬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나 문화관광연구원은 미술인 보수 지급 제도를 처음 문제제기하고 해당 연구에 자료를 제공한 미술생산자모임(미생모)조차 초청하지 않았다. 토론회가 열린다는 정보는 단순히 장소를 제공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홈페이지와 ‘2015 미술주간행사’ 보도자료에서만 볼 수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태림 독립기획자는 웹진 ‘두쪽’을 통해 “미술계에 행사 공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문체부와 문화관광연구원에 정책 연구를 알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미술인 보수 지급 제도는 작품 제작과 설치 비용 외에 작가가 전시에 참여할 때 받는 사례비, 즉 ‘아티스트 피’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전시예산의 0.5~22%가 아티스트 피로 책정되나 규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급되는 실정이다. 규모가 영세한 사립미술관 등은 아예 못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티스트 피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2월 젊은 미술작가들이 결성한 미생모가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해 작가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 제도화를 제안하면서다. 이들은 2권의 자료집을 내고 영국ㆍ캐나다의 아티스트 피 지급 사례를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2월 “현장 예술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정책을 개발하라”고 지시하자 문체부는 그해 9월 미술분야 중장기 진흥계획에 미술인 보수 지급 제도 도입을 포함시켰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공립미술관 중심으로 시범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은 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 도입 전 현장의 목소리를 더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미술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측은 도입 첫해에 미술관과 작가들 사이의 합의점을 찾고, 2~3년 차에 일부 공공미술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5년째부터 전면 도입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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