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처리를 외면하고 있는 국회를 움직이기 위해 대국민담화를 비롯한 강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강공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 19대 국회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니 여야 합의대로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을 반드시 처리해 청년들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법안 처리가 불발되면 대통령 대국민담화 등을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예단할 수 없지만,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또는 대국민성명은 민심을 지렛대로 여야를 압박하는 카드로 논의되고 있다. 지지도가 50%에 육박하는 박 대통령이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능한 여당ㆍ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을 정면으로 제기할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수 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입법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다만 10일 임시국회가 곧바로 시작돼 연말까지 시간이 남은 데다 개각을 비롯한 굵직한 정치일정도 예정돼 있어 대국민담화 발표 여부와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회가 끝내 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박 대통령이 헌법 상의 ‘긴급재정ㆍ경제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국회를 연일 질타하는 것은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무능한 국회의 손에 쥐어진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대통령이 대신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데서 나온 시나리오다. 긴급재정ㆍ경제명령은 중대한 재정ㆍ경제 위기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국회 소집 등을 기다릴 상황이 아닐 때 대통령이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치다.
물론 찬반 논란이 뜨거운 노동개혁법ㆍ경제활성화법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동하는 무리수를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회의적 견해가 많다. 대통령의 긴급재정ㆍ경제명령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하기 위해 발동한 바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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