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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면 그만” 금융범죄에 빠진 고학력 전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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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면 그만” 금융범죄에 빠진 고학력 전문직

입력
2015.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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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정보로 부당이득 2030

남의 희생 딛고 성취 이루는데 익숙

공감 능력 떨어지고 죄의식 약해

수백억 날아가도 “내 돈 아닌데 뭘”

금융업계 도덕적 해이 만연

실적 압박감에 잘못된 선택도

좋은 학벌에 높은 소득을 올리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금융ㆍ투자업계 등에서 관행적으로 답습되는 한탕주의까지 맞물려 20,30대가 우리 사회 ‘화이트칼라’ 범죄의 주범으로 등장해 있다. 가정과 사회가 도덕적 가치보다 성공을 앞세우며 경쟁을 부추기면서 이들이 ‘사회의 괴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남부지검은 11일 한미약품의 대형계약 체결 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 투자로 2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노모(27)씨와 양모(30)씨를 구속기소하고 이모(27)씨를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세 사람은 각각 해당 회사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서울대 약대 동문이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었다.

지난달에는 기업 회계감사를 하며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 주식 투자를 통해 억대 이득을 챙긴 삼일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이모(29)씨 등 6명이 기소됐다. 부정행위에 연루된 대상은 30명에 달했다. 이들 역시 삼일 삼정 안진 등 국내 ‘빅3’ 회계법인 소속으로 이 중 10명은 특정 사립대 동문이거나 입사 동기로 끈끈한 친분을 유지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요즘 주식과 관련된 범죄자들을 보면 전문 기술을 보유한 20,30대들이 업무상 취득한 고급 정보를 학연 등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욕을 채우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무감각한 세태는 젊은이들을 돈의 굴레로 내몬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수백억원 이익이 날아가네” “괜찮아 뭐. 내 돈도 아니고. 펀드가 불쌍하지”. 올해 6월 불법 채권거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브로커와 펀드매니저의 이 같은 메신저 대화 내용은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금융범죄를 저지르는 고학력 종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며 “피해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범죄의 특성상 죄의식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ㆍ성과 제일주의에 빠진 업계의 관행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펀드매니저 등 금융ㆍ투자업계 종사자들은 젊은 나이에 큰 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반면, 실적에 대한 압박이나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인해 순간의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이나 운용기금 규모 등 일정 기간의 실적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며 “이 때문에 40대만 돼도 옷을 벗는 경우가 많아 한탕주의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입사처럼 선망하던 목표만 달성하면 어느 정도의 과오를 용인하는 우리사회 분위기는 젊은 층에게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와 지식을 쌓은 우리나라의 20,30대는 극심한 경쟁에서 타인을 배제하고 성취를 이루는데 익숙해져 배려가 부족한 ‘사회적 괴물’이 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등 관리ㆍ감독기관이 꾸준히 불법ㆍ부당행위를 감시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과 종사자 개인의 사회적 책임이 없다면 유사범죄는 언제든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찬석 남부지검 2차장은 “시장경제의 생태계인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움직이려면 그 토대를 이루는 젊은 종사자들부터 소명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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