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결국 탈당 선언을 했다. 막판까지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의 뜻을 번복시키지 못함에 따라 안 의원 탈당에 따른 ‘야권 빅뱅’이 현실화됐다.
안 의원은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안에서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안에서 안되면 밖에서 강한 충격을 이끌어내기 위해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야당은 국민께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하고,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도 만들지 못한다”며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고 탈당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은 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가려한다”며 “나침판도 지도도 없지만, 새누리당 세력 확장을 막고 국민 삶 지키는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고 정권교체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새벽 1시경 박광온 비서실장과 윤건영 특보와 함께 안 의원의 서울 상계동 자택을 방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즉시 문을 열지 않고 40분 가량 문 대표를 기다리게 한 끝에 잠시 집 앞에서 악수를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먼저 안 의원을 만나고 있던 박병석 의원은 “두 분이 인사를 나눈 뒤 밤이 늦어 오늘 (아침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0분 자택에서 나서면서 ‘문 대표와 발표 전 만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남기고 국회로 이동했다. 안 의원의 최측근은 “문 대표 측이 발표 전 막판 회동을 다시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전화 통화로 마지막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긴박한 움직임은 12일 내내 이어졌다. 문 대표는 전날 선거구획정 협상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들이 중재 의견으로 내놓은 것처럼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힘을 합쳐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고 가능성 높은 방안 아니냐”며 “안 의원이 정말 현명한, 야당을 살리는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후 문 대표 측이 요구한 회동 요청도 거부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하고 탈당 선언문을 최종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당 수도권 지역의 의원들은 오후 3시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모임을 갖고 의원 긴급 의원 간담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주재로 같은 날 밤 8시30분부터 열린 간담회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 철회와 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에 대한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의 호소문이 채택됐다.
김성곤 이미경 이춘석 의원은 간담회 직후 여의도 모처에서 문 대표와 20분가량 만났고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충분히 뜻을 알겠고, 호소문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 분당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간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도 안 의원의 자택을 찾아 문 대표가 도착하기 전까지 1시간이 넘게 “두 분이 당연히 힘을 합쳐야 한다”며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제 제안은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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