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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 불참에 모란봉악단 귀국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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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 불참에 모란봉악단 귀국 지시”

입력
2015.12.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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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악단 中 공연 돌연 취소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급히 돌아가

신화통신은 “실무진 간 소통에 문제”

중국 측 공연 관람 인사급 낮추자

격노한 김정은, 공연 취소 가능성

北 수소폭탄 선언도 영향 미친 듯

북한 모란봉악단이 12일 예정된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 공항에 도착, 출국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교도 연합뉴스
북한 모란봉악단이 12일 예정된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 공항에 도착, 출국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교도 연합뉴스

북한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北京) 공연을 돌연 취소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연 불참을 보고 받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즉각 귀국을 지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관련자를 인용 “12일부터 열릴 일정이던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헌국가합창단 공연이 실무진 간 소통 문제로 인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실무진 간 소통 문제’란 양국이 공연 관람자의 격을 놓고 의견 조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김 제1위원장이 특별히 아끼는 국보(國寶)인 모란봉악단을 보낸 만큼 중국도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공연을 참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중국은 방중단 단장인 최휘 중앙선전부 제1부부장의 급을 감안하면 격이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은 동급인 문화부 부부장 참석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명)이라도 참석해 달라고 양보한 반면 중국은 정치국 위원(25명)을 최고위 인사로 제시, 결국 협상이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도 “상황을 보고 받은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의 성의가 무시당한 것으로 여겨 격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 제1위원장의 지시가 아니면 모란봉악단이 갑자기 귀국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선언이 나오며 중국측 분위기가 냉랭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관련 당사국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바란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은 마치 중국이 북한의 수소폭탄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매체인 중국인권민주화운동뉴스센터는 김 위원장의 수속폭탄 발언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석유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달하고 중국군 신속대응 부대 2,000명을 국경에 긴급 증파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김정은이 격노해 베이징에서 1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모란봉 악단 공연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당초 두 나라가 상무위원급의 공연 참관에 합의했으나 수소폭탄 선언 후 중국이 부부장급으로 격을 갑자기 낮춰 공연이 무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제1위원장의 옛 애인으로 숙청설까지 돌았던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언론에 너무 부각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매끄럽지 못한 북중 관계의 민낯이 드러나며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은 상당 기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기고가 우뤄위(吳若愚)는 “모란봉악단은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을 위해 사전 분위기를 띄우는 정치적 사명이 있었다”며 “공연이 취소됨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의 방중도 미뤄지거나 취소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한 네티즌은 “북한으로서는 선전의 효과를 이미 모두 거둔 셈”이라고 평했다.

모란봉악단은 12일 낮 12시 숙소인 베이징의 민쭈(民族)호텔에서 나와 승합차와 승용차에 나눠 타고 서우두(首都)국제공항으로 이동, 오후 4시 비행기로 귀국했다. 이들은 짐도 거의 챙기지 못한 듯 여행 가방도 들고 있지 않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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