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 마련해 이행 독려"
파리협정, 구속력 없는 합의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이 12일 마침내 채택됐다. 세계 196개 당사국 대표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지 2주만의 성과다. 앞으로 파리협정은 2020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게 된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참여하는 전 지구적 규범을 만든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협정은 55개국 이상 또는,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55% 이상인 국가들이 비준하면 발효된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COP21의 가장 큰 쟁점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의 법적 구속력 부여 ▦INDC 이행점검 방식 ▦지구 평균기온 상승억제 수치 ▦개도국 기후재원 마련의 4가지였다. 이견 차가 가장 컸던, INDC에 국제법적 구속력을 부과하는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국내법을 마련해 그 이행을 독려하는 수준에서 합의됐다. 국제적 구속력을 부과하면 해당 국가들이 달성이 용이한 INDC를 제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미국 중국 한국 등의 논리가 수용된 결과다. 유럽연합(EU)과 몰디브 투발루 등은 법적 강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앞서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 법적 감축의무를 강제하자 미국이 참여를 거부하고 일본 러시아 등은 아예 탈퇴해 실효성을 상실했었다. 파리협정은 이런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국의 참여를 반강제하는 선에서 타협을 찾은 셈이다.
파리협정은 다만, 참가국들이 국내법으로 INDC의 이행을 독려하고, 유엔은 그 이행 정도를 2023년부터 점검하도록 했다. 회원국은 온실가스 배출현황, 감축 목표 달성 노력 등을 보고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의 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국제사회가 눈총을 주는 것 외에 달리 제재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번 협정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억제 목표는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합의문 초안에는 목표치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①2도보다 낮게 ②2도보다 훨씬 낮게 ③1.5도 보다 낮게 등의 세 가지 안이 제시됐다. 회원국들은 이 가운데 감축 의지가 비교적 높은 2,3안이 절충된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기후재원과 관련해서는 향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선진국들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 지원에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규모를 2025년 재조정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명시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파리협정을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좇는 국제사회에서 각국의 선의(善意)에 많은 것을 맡겨 버렸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유엔도 각국이 제출한 INDC를 모두 달성해도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오른다고 경고했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INDC가 잘 이행될지는 의문”이라며 “각국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지구평균 기온 상승억제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과 기술이전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며 “출범까지 남은 5년간 이번 합의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파리체제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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