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불똥이 여권의 총선 예비후보에게도 튀고 있다. 그의 행보가 모든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예비후보들도 출마 선언이나 기자회견을 연기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자신들의 행보가 안 의원 탈당 이슈에 가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출마 의사를 밝힌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예비후보 등록일(15일)을 이틀 앞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하려던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돌연 연기했다. 조 전 수석은 14일 통화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안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출마 선언이) 완전히 파묻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연기하게 됐다”며 “기자회견을 어느 타이밍에 하는 게 좋을지 시기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간사를 지낸 안형환 전 의원도 13일 선거구 획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려다 16일로 미뤘다. 서울 송파갑 출마 예정인 안 전 의원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정책 제안을 하려고 했는데 안 의원 탈당 선언으로 완전히 가려질 것 같아 연기했다”며 “오는 16일 기자회견 때 내년 총선 출마 선언도 같이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열기로 했던 해운대 출마 기자회견을 잠정 연기했다. 일각에선 험지 차출론을 염두에 둔 연기 결정이란 관측도 제기됐으나, 안 전 대법관 측은 “해운대 출마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안 의원 탈당이 어떤 식으로든 출마 회견 연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탈당 관련 이슈 취재로 경황 없는 국회 기자실 분위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측근인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은 서울 양천갑 출마 기자회견(15일)에 앞서 이날 국회 기자실을 돌며 출마 인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안 의원 탈당 취재 상황을 감안해 취소했다.
한 예비후보는 “안 의원 탈당에 따른 야당 분란으로 여야 간 선거구 획정 논의가 지연되면서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내 지역구가 어딘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공천룰도 없이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지 않아 예비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