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 기획 정황 다수 확보
소요죄 요건에 부합" 경찰 주장에
"관련 증거로 판단해야 하는데
경찰 입증 어려울 것" 법조계 분석
1986년 이후 법원서 인정 사례 없어
"경찰 강경진압 비난 진화” 시각도
경찰이 14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시위대에 소요죄를 적용한 것은 1986년 5ㆍ3 인천사태 이후 30년 만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라 경찰이 공안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형법 제115조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손괴의 행위를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소요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또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비해 형량이 확연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인정된다면 불법ㆍ폭력시위가 사전에 기획됐다는 점이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 정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모인 집회가 사회 혼란을 의도적으로 노린 소요 행위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요죄가 적용됐던 인천사태는 1986년 5월 3일 정오 즈음 인천시민회관 앞에서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위해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등 1만여명이 시위를 시작하며 시작됐다. 인천시민회관 근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의 화염병과 최루탄 등이 난무했고, 흥분한 시위대는 민정당사와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제물포와 주안 일대 파출소를 습격했다. 당시 인천 시내는 8시간가량 무정부 상태와 다름 없었다. 검찰은 소요죄를 적용해 129명을 구속하고, 60여명을 수배했다. 이 사태를 주도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소요죄 등이 인정돼 징역 3년ㆍ자격정지 3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경찰은 당시 시위대의 폭력 양상과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소요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집회 주최 측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불법ㆍ폭력행위를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사전 모의한 정황도 다수 확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요죄 적용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소요죄는 공공의 안전을 현실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있고, 그 정도가 한 지방의 안전을 해할 정도가 돼야 적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요죄가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과 5ㆍ3 사태 두 번뿐이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 역시 “소요죄를 일반적인 집회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모인 사람들의 행위가 단순 폭력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평온을 해할 수준이 돼야 소요죄가 인정될 것인데, 이를 경찰이 입증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천사태 이후로도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나 각목을 휘두르고, 경찰 차벽에 줄을 달아 끌어당기거나 파손하는 등의 행위는 더러 있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때문에 경찰이 30년 만에 소요죄를 들고 나온 것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한 위원장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선 구속 혐의 중 하나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만 적용해도 3년 이상 유기징역을 선고하게 돼 굳이 소요죄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며 “백남기 농민을 사경에서 헤매게 한 물대포 직사 등 경찰의 불법 진압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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