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노동차별용어 실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인사노무ㆍ판례ㆍ조례에서 흔히 쓰는 노동 관련 용어가 왜곡돼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배제해 온 권위주의 시대의 영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인영ㆍ장하나ㆍ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15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차별용어의 실태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김근주 한양대 공익소수자 인권센터 전문연구원은 “의미 왜곡과 가치편중적인 노동 용어의 사용이 문제”라며 대표적인 예로‘정리해고’를 꼽았다. ‘정리(整理)’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치워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한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정리해고란 용어는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근로자를 정리해 기업을 체계적으로 바로 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에 해고 사유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명시한 만큼 정리해고 대신 ‘경영상 해고’ 또는 ‘경영해고’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일반해고 지침’ 역시 왜곡된 노동 용어로 분류됐다. 김 연구원은 “지난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라고 표현한 것을 정부는 ‘일반해고’라 부르고 있다”며 “‘저성과자 해고’를 일반해고로 이름 붙여 일반적 기준인 것처럼 인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등 기본권을‘노동3권’ 대신‘근로3권’으로 부르는 것은‘노동’이란 단어의 부정적 인식에 기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사용되는 단순노무, 단순보조업무, 단순잡역조무인부, 잡역부 등의 용어는 종사 업무ㆍ종사자에 대한 비하적 표현으로 꼽혔다.
토론자들 역시 “노동 용어에 덧씌워진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네이밍(이름 붙이기)은 사물(사람)에 대한 관점을 구성하는 일”이라며 “단순노무, 잡역부 등의 용어에는 육체노동에 대한 경시와 배제적인 시선이 녹아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노사분규에 쓰이는 분규(紛糾)의 뜻은 ‘어지럽힌다’는 말로, 어지럽히는 쪽이 노동자라는 전제를 깔고 있으므로 ‘노동쟁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이런 용어가 자리 잡은 것에 대해 “유교 전통과 노동을 적대시하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 맞물린 결과”라며 “노동자 대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란 뜻의 사용자적 관점이 녹아 든 근로자란 말을 주로 쓰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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