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15일 이재현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들 만큼 건강이 악화돼 심각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그룹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총수 공백에 따른 경영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 제동이 걸렸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경영이 사실상 정지됐다”며 “올해 임원인사도 언제 단행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은 CJ그룹 중에 지주사인 CJ㈜와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번에 실형 판결로 물러나게 됐다. 이 회장이 맡고 있는 양 사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그만큼 투자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이 회장이 부재한 지난해 CJ그룹의 투자는 계획대비 21% 줄어든 1조9,000억원에 그쳤다. CJ그룹 관계자는 “장기적 성장 정체와 그룹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전사적으로 매우 높다”며 “그룹 차원의 공격적 투자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CJ그룹 측은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는데 이 회장이 부재한 지난해 매출은 26조8,000억원으로 전년(25조6,000억원) 대비 4% 성장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CJ그룹 측은 재상고하겠다는 방침이다. CJ그룹은 변호인을 통해 “이번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에서 관련된 일본 부동산 관련 배임죄 부분을 대법원에 재상고해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 때문에 실형을 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집행유예를 예상하기도 했다. 샤르콧 마리 투스(CMT)란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1심 재판 중이던 지난 2013년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으나 여러가지 합병증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전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로 CJ그룹도 긍정적인 기대를 가졌으나 물거품이 됐다”며 “그룹 안팎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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