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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역명 병기에 1억? 2억?

입력
2015.12.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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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학 등 대상 10개역 운영

당초 사용료 3000만원이었지만

수익창출 효과 극대화 위해 변경

“부대수익 올리려 과열경쟁 부추겨”

공공재 훼손 우려 목소리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내년부터 기업이나 대학이름을 지하철 역명으로 쓸 수 있는 ‘역명병기’를 유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지하철 역명에 괄호형태로 이들 이름을 병기해줌으로써 기업과 대학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대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논리다. 반면 부대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공공재인 지하철역명을 경매에 붙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철도 역명 제ㆍ개정 기준 및 절차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기존 지하철 역명에 병기하는 이름을 유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일단 1~4호선과 5~8호선에서 각각 5새씩 10개역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역에서 500m 이내에 있는 기관과 기업이 대상이지만 마땅한 곳이 없으면 1km 이내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역명심의위원회를 두고 지하철 공공성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은 배제할 방침이다. 역명병기는 1개역 1개, 계약기간은 1회 3년을 원칙으로 한다.

당초 시는 역당 3,000만원의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고가 입찰을 낙찰하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했다. 수익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역명 개정 민원을 공평하게 처리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지하철 역명은 인근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민간기업이나 기관들도 지하철 역명에 기관 이름을 넣을 경우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특히 대학의 경우 이름이 역명에 포함되면 학교 홍보 효과와 함께 ‘인서울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역 인근 대학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역명 변경에 따른 표지판 교체 비용까지 모두 부담한 끝에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을 ‘광운대역’으로 교체한 광운대의 경우 인지도 상승면에서 비용 이상의 큰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현재 대학 이름을 딴 역명은 서울 지하철 1~9호선에만 20곳이 넘는다.

역명병기에 대한 경매가 시행되면 도심 주요 역명은 경쟁이 치열해 연간 억대에 달하는 가격대에 판매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 우려가 나온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지하철 운영기관이 공공재인 지하철 역명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제외한 1~9호선이 매년 4,000억대 적자를 기록한 것과 관련 노인층 무임승차가 원인이라고 발표해 경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부산, 인천 등에서 역명병기를 판매하고 있고, 서울시도 2013년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에서 역명을 판매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면서 “시범 운영한 뒤 공공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실익이 있는지를 따져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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