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질타는 16일에도 이어졌다. 최근 들어 국회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린 박 대통령은 이날도 ‘국회의 존재 이유’를 거론하며 국회에 대한 노기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의 잇따른 국회 질책은 노동개혁법 등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고 집권 4년차 이후에도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하느냐”며 국회의 입법 무능을 거듭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며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가까이에서, 바로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고 국민을 위하는 소신과 신념으로 찾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잃어버린 시간과 인생을 누가 보상할 수 있느냐”며 “미래세대에 더 이상 죄 짓지 말고 지금이라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 날도 ‘국민을 위하는 청와대’ 와 ‘국민을 무시하는 야당과 국회’의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국민과 민생을 위하는 정치는 실종됐다”, “이 국회가 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민생을 외면하는 국회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등 최근 일련의 언급도 마찬가지 구도였다. 박 대통령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 민생을 망가뜨린 야당을 심판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총선 프레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주 들어 ‘경제 위기론’을 두드러지게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세계 경제 불황과 내수 침체가 겹쳐 있고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가중돼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책임을 야당과 정치권에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추진에 대한 우려는 정부와 국민의 노력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며 “국회와 정치권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국민경제가 회생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치권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해 ‘정부ㆍ국회 공동책임론’을 거론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치적 타협이나 막후 협상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때문에 핵심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선 야당과 국회를 몰아붙이는 강경책 이외에는 방법이 없고,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와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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